[로컬크리에이터] “반려동물 건강한 한끼 ‘제주의 맛’ 듬뿍 담아 만들어요”

조은별 기자 2025. 5. 28.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 (42) 홍진수 제주펫 대표
지역농축산물로만 만든 수제 간식
옥돔 들어간 고양이 전용 ‘츄르’ 인기
생태교란 식물 ‘조릿대’ 음료도 개발
취약계층·이주여성에 일자리 제공
강아지 산책 교육·바자회 정기운영
수익 일부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
홍진수 ‘제주펫’ 대표와 강아지 ‘들레’가 작업장 근처에 마련된 산책 교육장에 함께 앉아 있다.

흑돼지고기·말고기·고구마·양배추·옥돔·참돔·광어….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그런데 잠깐, 이 재료들이 반려동물 간식이라면 어떨까. 제주 서귀포엔 100% 제주에서 난 재료로 생산한 수제 간식이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한끼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홍진수 ‘제주펫’ 대표(51)의 이야기다.

경기 화성 출신인 홍 대표에게 제주는 그저 두세 차례 들러본 캠핑 여행지였다. 그러다 마흔 즈음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어 연고도 없는 제주로 덜컥 왔다. 제주행을 결심하며 자녀와 나눈 한가지 약속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아지·고양이와 행복한 일상을 쌓던 어느날 ‘제주의 식재료를 반려동물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질문이 제주펫의 출발점이 됐다.

“저희는 모든 간식을 제주산 재료로만 만듭니다. 제주가 자랑하는 흑돼지고기·말고기·당근·옥돔 등을 듬뿍 넣어요.”

100% 제주산 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

간식에 담긴 제주의 맛은 제주펫의 경쟁력이 된다. 신선도도 꼼꼼히 챙긴다. 말고기는 냉동육 대신 농장에 직접 도축을 요청해 받은 고기를 쓰고, 당근은 맛·품질엔 이상이 없지만 모양이 제멋대로인 ‘못난이’ 구좌 당근을 저렴하게 받아온다. 흑돼지고기·말고기는 각각 연간 2.4t가량 사용된다. 당근·양배추도 야채 육포 제품에 20∼30%씩 들어간다. 고양이 전용 ‘츄르(짜 먹는 형태의 간식)’에도 귀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바로 옥돔이다. ‘옥돔마을’로 불리는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받아 사용한다. 홍 대표는 “옥돔은 제주에서 산후 조리할 때 먹거나 임금님 수라상에 올리던 귀한 생선”이라며 “이걸 고양이들도 아는지 ‘옥돔짜요’를 가장잘 먹는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주의 ‘천덕꾸러기’ 조릿대도 그의 손을 거쳐 반려동물 음료로 탈바꿈했다. 번식력이 워낙 강해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조릿대를 제주대학교 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연구해 2020년 지방분해·항비만 효과를 입증받았다. 이어 제품 생산에 힘썼으나 당시 반려동물 음료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잠시 보류된 상태다. 생태교란종까지 활용하는 모습에 기자가 감탄하자 홍 대표는 “당연한 일인 것 같다”며 “우리는 제주에서 뭔가를 만드는 제조업체이기에 이 땅에서 나고 자란 걸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제주펫의 제품을 사면 작은 엽서 한장이 따라온다.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 모습이 담긴 이 엽서는 ‘섬 강생이(강아지의 제주 방언) 내집마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유갑에 인쇄된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인구 10만명당 유실·유기 동물수(2023년 기준)가 전국 평균의 3배에 이르는 제주에서 유기견을 구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2022년 첫 촬영 땐 제주의 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했지만 곧 실내 촬영으로 바꿨다. 홍 대표는 “자연이 아름다우니 정작 강아지에게 시선이 안 가더라”며 “사진의 주인공이 오로지 입양 갈 강아지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제주 주민으로 구성된 제주펫 직원들. 이들의 손길로 제주펫은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서귀포=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제주펫은 고용에서도 제주와 함께 걷는다. 직원 5명은 모두 제주 주민이며, 그중 3명은 장애인·결혼이민여성이다. 이들이 오손도손 힘을 합쳐 일하자 2021년엔 ‘사회적 기업’, 2022년엔 도내 최초 반려동물 식품·제조 분야 6차산업 사업자와 ‘2022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반려견을 입양한 한 직원은 “집 근처에서 일하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반려견 ‘들레’를 껴안으며 말했다. 홍 대표도 지역과 어울리려면 “일단 급하면 안된다”며 “지역엔 주민들의 텃세 혹은 연대로 볼 수 있는 끈끈함이 있는데, 이를 인지하고 그 저변에 깔린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펫 옆엔 강아지 산책 교육장을 겸한 너른 잔디밭이 있다. 이곳에선 한두달에 한번씩 산책 교육과 바자회가 열린다. 교육에선 리드줄 잡는 법, 강아지와 산책할 때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을 배우고, 바자회에선 중고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한다. 한번에 10팀 정도 교육에 참여하며, 행사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부한다. 홍 대표, 직원, 강아지 들레와 함께 잔디밭에 나서자 들레가 보호자인 직원을 따라 발맞춰 걷기 시작했다. 홍 대표에게 반려동물이란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가족 그 이상이죠. 식구는 떨어져 사는 경우도 많은데 반려동물은 늘 함께 있으니까요. 제 하루를 함께 살고 오로지 저만 보는 존재예요. 그 눈빛에 저도 사랑에 빠지죠.”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