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손차박 논쟁'의 종결
개인기록 앞선 손흥민 무관이 흠
UEL 우승으로 '손차박 논쟁' 종식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중 누가 한국 역대 최고 축구선수야?”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에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웠던 ‘손차박 논쟁’을 질문으로 던져봤다. ‘손차박 논쟁’은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중 누가 더 뛰어난 축구 선수냐는 갑론을박이다. 굳이 순위를 매기려는 것보다는 우리에게도 여러 명의 '월드 레전드'급 선수가 있다는 행복한 입씨름에 가깝다.
챗GPT가 내놓은 답은 “최고의 기준이 ‘유럽에서 이룬 개인 기록’이면 손흥민이고, ‘국가대표 및 월드컵 활약’이면 박지성, ‘개척자이자 선구자’라면 차범근”이었다. 명쾌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AI의 나열식 대답은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시대의 선수들을 평가하는데 '똑 떨어지는' 대답을 내놓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챗GPT는 “현시점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선수는 손흥민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가 많다”며 손흥민에게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손흥민이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의 성인 축구 커리어에서 유일하게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다. 손흥민에 대한 평가에서 항상 아쉬운 건 트로피였다. EPL 통산 127골-71도움, 8시즌 연속 10득점 이상 기록, 2021~22시즌 리그 득점왕 등 눈부신 개인 업적을 쌓았지만, 우승 트로피가 하나도 없다는 게 ‘옥에 티’로 꼽혔다.
첫 우승까지 손흥민은 숱한 눈물을 쏟았다. 독일 시절 소속팀들은 우승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토트넘에선 몇 번이나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준우승만 무려 4번이다. 국가대표로는 아픔이 더 컸다. 2015 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에선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연장에서 져 역시 준우승했다. 2023 아시안컵에선 하극상 논란으로 4강에서 고배를 들었다.
우승 트로피가 손흥민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한 또 다른 이유는 차범근과 박지성이 우승 업적을 여러 차례 이뤄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박지성은 최고의 ‘우승 청부사’였다. 일본과 유럽 무대에서 우승 횟수만 총 17회에 이른다. 국가대표로서 월드컵 4강, 원정 월드컵 최초 16강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주역이기도 했다. 차범근 역시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에서 UEL의 전신인 UEFA컵을 모두 들어 올렸다. 개인 기록에서는 이미 선배들을 넘어섰다고 평가받는 손흥민에게 우승은 완성하지 못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UEL 우승으로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 선수라는 평가에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은 UEL 결승전을 앞두고 “퍼즐의 모든 피스를 맞췄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피스가 부족한 것 같다”며 “그 피스를 찾아 10년 동안 헤맸는데 이번엔 그 퍼즐을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춘을 바친 토트넘에서의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이제 ‘손차박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손흥민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당분간 손흥민을 넘어설 만한 선수가 한국에서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손흥민은 자신에겐 우승컵이 없기 때문에 레전드로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UEL 우승 트로피를 들고서는 “오늘만큼은 나도 레전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외쳤다. 그는 분명 토트넘의 레전드이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아시아 축구의 레전드다.
김기중 스포츠부장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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