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강대국이 적극 중재한 인도 對 파키스탄 충돌… 하지만 한반도는 다르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2025. 5.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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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 인도 172, 파키스탄 170… ‘공포의 균형’ 아슬아슬한 평화
인도·파키스탄 충돌, 美·中 실리 없고 산악 지형이라 국지전 종결
한반도는 美·中·러 각축… 중재보다 영향력 확대기회로 삼을 것

10년 전 행정대학원장을 맡았을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을 주제로 한 1년 과정의 지역 전문 프로그램을 개설해 공부했지만, 두 나라는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근무 시절에는 바라나시와 카슈미르 등 화해와 갈등의 현장을 직접 답사했지만, 여전히 복잡한 실체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종교와 계급이 복잡하게 얽힌 인구 14억명의 인도와 군부가 실권을 쥔 2억5000만명 규모의 파키스탄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다.

양국 간 갈등의 이면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인도가 파키스탄 쪽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물길을 차단하는 문제, 거주지와 인종·종교가 엇갈린 현실 등 내부 구조도 얽히고설켜 있다.

그래픽=박상훈

필자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충돌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이유는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1964년, 국경을 접한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자 인도는 심각한 안보 불안에 빠졌다. 재래식 무기 보유국과 핵무기 보유국 간의 전쟁 시나리오는 핵무기의 비대칭성(asymmetry) 때문에 언제나 인도의 패배로 이어지는 결론에 도달하곤 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10년간 절치부심 끝에 1974년 핵실험에 성공했고,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horror)’ 상태에 들어섰다.

인도와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군부 역시 인도의 핵무기 개발에 큰 충격을 받았다. 1965년 카슈미르 분쟁과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한 데다,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성공은 파키스탄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당시 부토 총리는 “풀뿌리를 캐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핵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암스테르담 물리학연구소에 근무하던 자국 출신 핵물리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귀국시켰고, 그는 핵 제조 설계도를 몰래 들여왔다. 중국에서 원자폭탄 설계 부품을 밀수입한 파키스탄은 결국 1998년 핵실험에 성공했다.칸 박사는 이후 북한에 원심분리기 기반 농축 기술을 제공하기도 했다.

핵비확산체제(NPT)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weapon state)’인 양국은 아슬아슬하게 ‘공포의 평화’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의 휴양지 인근 총격 사건으로 26명이 사망하며 순식간에 일촉즉발의 위기로 확대됐다. 양국은 미·중이 생산한 신형 전투기와 드론,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전쟁터는 첨단 무기의 시험장이 됐다.

인도가 ‘만약 추가 도발이 있을 경우, 전략적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하자, 파키스탄 철도장관은 ‘핵탄두는 전시용이 아니다. 인도를 겨냥하고 있다’고 수위를 높였다. 국력은 인도가 우위이나 추정 핵탄두는 인도(172개), 파키스탄(170개) 간 큰 차이가 없다.

종교적 민족주의에 핵무기가 결합될 경우 최고 지도부의 합리적인 판단은 쉽지 않다. 양측은 상대가 물러서면 자신도 물러나지만 상대의 공격에는 반드시 응징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드론과 미사일 공중전 충돌 후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주변국들의 강력한 자제 요청에 4일간의 참상 후 양측은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물론 지뢰 폭발 등 국지적 충돌 우려는 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다.

남아시아 핵보유국 간 갈등 시나리오는 미래 한반도에서 전개될 수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남아시아와 한반도 충돌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남아시아 분쟁은 핵전쟁의 위험을 감지한 각국이 간신히 뜯어말렸다. 주변국들이 핵전쟁의 파국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공감대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만에 외교적 성과를 과시했다. 프랑스, 중국은 물론이고 주변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 중동의 사우디 왕세자까지 나서 양측 지도부를 주저앉혔다. 힌두교 민족주의를 과시하고 싶은 인도의 모디 총리와 이슬람 강경 노선의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각국의 압박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리프 총리는 휴전 직전 국가통수기구(NCA) 회의를 소집하며 핵무기 사용을 과시했다.

남아시아 양국 분쟁은 미·중의 패권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미·중이 남아시아 충돌을 방치 및 고무시킬 명분과 실리가 없다. 지형적으로도 산악 지형이라 양측의 충돌은 국지적으로 종료된다. 다만 세계 6위와 7위의 핵무기 국가 간 충돌이 가져올 참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하다. 역설적으로 핵이 분쟁 확대를 억지하는 역설과 모순이다.

남아시아의 인도와 파키스탄은 남북한과 달리 대표적인 무기 수입국이라는 점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두 나라 모두 일부 재래식 무기를 자체 생산할 수는 있지만, 현대전에 필수적인 첨단 무기 대부분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에는 프랑스가 라팔 전투기를, 파키스탄에는 중국이 J-10CE 전투기를 공급하며, 양국 간 무기 판매 경쟁도 치열하다.이번 충돌에서 양측 전투기 125대가 한 시간 동안 벌인 격렬한 공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강대국들은 한반도 분쟁 시 남아시아처럼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기보다는 자국의 영향력 확대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충돌이 발생하면 남아시아와 달리 단기에 쉽게 휴전하지 않을 이유다.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60km 거리의 수도권을 위협할 것이다.

남아시아 사례와 같은 평양의 핵 모험주의를 억지할 카드는 무엇일까? 각국이 나서서 남북한 충돌을 말리기보다는 세력 균형 차원에서 이를 방조하고 고무할 것이다. 반미 세력인 중·러의 패권주의도 가세할 것이다. 오히려 중·러는 북한을 지원하여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유엔은 과거 6·25 전쟁 발발 당시와 같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최근 김정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방치하면 서울의 군대도 그 무모함을 따를 것”이라는 기이한 주장을 펼쳤다. 여기서 그는 의도적으로 ‘한국’이 아닌 ‘서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남북이 각각 독립된 두 국가라는 논리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치 인도와 파키스탄이 수도 뉴델리와 이슬라마바드를 중심으로 적대 관계를 유지하듯, 평양과 서울 역시 서로를 적대국으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남한을 ‘핵으로 위협할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명분을 쌓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의 핵 위협으로 인한 부담과 피해는 오롯이 비핵국인 대한민국이 감당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 이후 국제정치의 대전환 속에서, 남아시아 핵 보유국 간의 충돌은 한반도에 엄중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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