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82] 기적을 만드는 선택

김규나 소설가 2025. 5. 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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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집은 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이 함께 고지대로 올라가자고 했다. 청년은 “신이 저를 돌봐줄 것입니다”라며 거절했다. 몇 시간 후 빗물이 청년의 집 1층을 집어삼켰을 때, 배를 타고 지나가던 선장이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청년은 “신이 저를 돌봐줄 것입니다”라며 거절했다. 집은 완전히 물에 잠겼고 헬리콥터를 타고 지나가던 조종사가 청년에게 육지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청년은 신이 돌봐줄 거라며 거듭 제안을 거절했다.

- J.D. 밴스 ‘힐빌리의 노래’ 중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신앙심 깊은 청년의 집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이웃이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고, 선장이 보트를 몰고 왔으며, 헬기까지 날아와 구조를 제안했다. 하지만 청년은 신이 구해줄 거라며 세 번 다 기회를 거절했다. 그러고 끝내, 그는 물에 빠져 죽었다. 하늘나라에 간 청년은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신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신이 대답했다. “나는 너를 위해 차도, 배도, 헬기도 보냈다. 네가 죽은 건 네 탓이니라.”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 J.D. 밴스는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알코올과 마약, 폭력과 빈곤이 만연한 환경이었지만 그의 외할머니는 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했다. 그 가르침은 밴스가 가난과 무력감의 굴레를 끊고 미국의 부통령이 되기까지 그의 삶을 이끈 신념이 되었다.

삶은 우리를 자주 시험한다. 지붕 위에 고립된 것 같은 날들. 모든 것이 잠겨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그때마다 우리는 남 탓, 세상 탓을 한다. 지지리 복도 없다며 한숨을 쉬거나 어디선가 짠, 하고 영웅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으며 이 악물고 어려움을 참기도 한다. 하지만 원망과 분노, 기다림과 인내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

너무 캄캄해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조차 현실은 훨씬 희망적일지도 모른다. 위기가 왔다는 건 이곳을 떠나 저곳으로 갈 용기를 낼 시간,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다. 기적은 무릎 꿇고 앉아 기도만 한다고 일어나지 않는다. 구원이란 희망을 품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 벌떡 일어나 발로 뛰고 손으로 선택할 때 만들어지는 놀랍도록 반가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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