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오만과 베네수엘라의 교훈

지난주 미래형 스마트 도시 개발 사업이 한창인 오만 무스카트의 한 건설 현장을 다녀왔다. 희뿌연 모래와 푸른 하늘이 전부인 사막 한복판, 철제 구조물이 올라가는 쨍쨍한 쇳소리로 생동감이 넘쳤다. 오스트리아의 스타르바그, 싱가포르의 마인하트 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은 메마른 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인부들의 얼굴에는 ‘내일을 짓는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인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동남단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유국 중 하나다. 하루 동안 석유 약 60만 배럴(약 660억원 상당)을 생산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 4분의 1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이다. 1960년대 석유가 발견되면서 국가 주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스 부문이 4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지하자원은 오만의 ‘믿을 구석’이 됐다. 그런 나라가 “자원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성장과 혁신에 명운을 걸었다.
오만 정부는 규제 개혁과 시장 개방을 내세웠다. 해외 기업의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 개혁을 추진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있다. 외국 자본이 유입되는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 5년간 오만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17.6% 증가했다. 이 외에도 관광·제조·운송·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육성해 경제를 다각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기름만 나는 나라’에서 ‘기름도 있는 나라’가 되려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의 대척점에는 베네수엘라가 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으로 국부(國富)를 축적해 한때 남미 국가 중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고갈할 때까지 쓰고 보자”는 망국적 포퓰리즘과 정치 부패로 나라 전체가 고꾸라졌다. 재정을 퍼주겠다는 공약을 내건 정치인이 표를 얻고 당선됐다. 자본 재투자와 산업 다각화 등 어려운 숙제에는 철저히 무관심했다.
두 나라의 대비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폐허에서 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했고 국민들은 땀 흘려 일하며 ‘우리만의 유전’을 개척했다. 덕분에 산유국 못지않은 성장과 풍요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 60년을 먹고살게 한 ‘유전’에는 이제 기름 한 방울도 남지 않아 냄비 속 개구리처럼 끝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당장 혁신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끝없는 터널에 빠져 헤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선 선거운동을 보며 한국의 미래가 오만보다 베네수엘라에 가까울까 봐 우려스럽다. 유수의 기업을 ‘뚝딱’ 만들어 국민에게 분배한다거나, 실물 경제와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나돈다. 닫혀가는 성장판을 다시 열겠다는 비전보다 더 나누어 주겠다는 포퓰리즘이 표심을 노린다. 정확히 베네수엘라가 갔던 길이다. 오만처럼 새롭게 뛸 것인지, 베네수엘라처럼 추락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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