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스파이 활개, 간첩법 개정 더는 미적대면 안 돼

지난해 7월에도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에서 군무원이 약 7년간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의 신상 등 군 기밀을 중국에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해외 첩보요원들이 급히 귀국하고 현지 정보망도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10대 중국인 2명이 경기 수원 공군기지와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전투기 이착륙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다. 최근 1년 새 중국인이 군부대와 군사기밀시설을 무단 촬영하는 사건이 10여건이나 발생했다. 이쯤 되면 한국이 중국 스파이 천국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산업 스파이도 기승을 부리면서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줄줄 새고 있다. 검찰이 기술유출 범죄를 수사한 결과 국내 산업 피해액이 최근 5년간 23조원에 달했는데 기술 해외유출 사건 중 중국 관련 비중이 70%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 전직 직원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정기술을 중국에 넘기려다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데도 한국은 중국의 명백한 간첩 행위를 간첩죄로 처벌하지 못한다. 간첩죄가 있지만 ‘적국’인 북한이 아닌 중국인이나 외국인에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간첩죄의 대상을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법사위 소위를 통과된 후 반년이 지나도 진전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애초 법 개정에 합의했다가 ‘악용 우려’를 거론하며 돌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더는 미적대서는 안 될 일이다. 간첩은 좌와 우, 보수와 진보 등 이념과 진영을 떠나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국들은 간첩죄 대상을 적국, 우방국 가리지 않고 확대한 지 오래다. 일주일 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간첩법 개정부터 서둘러 처리하기 바란다. 차제에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복원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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