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 있다, 전국에 잇다]해병대 발상지 진해(창원)

◇해병대 창설 기념비, 창설 현장 지켜
오늘날 군항제와 군악대 행진이 떠오르는 진해구 덕산동 일대에는 '해병대 창설 기념비'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인근이라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지만, 이곳은 해병 전우들에게는 하나의 성지이자 정신적인 고향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창설 초기 해병대는 신현준 사령관의 지도 아래 380여 명의 소수 정예로 출발했다. 이들 중 김성은, 노영관 등은 향후 해병대와 대한민국 국방사의 핵심 인물로 성장한다.
특히 신현준 초대 사령관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는 훈시로 창설 장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인천상륙작전과 장진호 전투 등에서 지휘력을 입증했다. 그들은 진해에서 단순히 병력을 모은 것이 아니라, '해병 정신'이라는 살아있는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진해 해병대창설지 기념비 옆에서 만난 주민 정성호(76)씨는 "예전에는 창설지 근처에서 해병복 입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이곳이 해병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주민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창설 당시 해병대는 해군 소속 해안경비 특수부대 형식으로 출범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최전선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다. 그 중심에 있었던 1기 해병 장병 다수가 진해 창설 부대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진해는 해병대 전설의 출발지라 할 수 있다.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현재 진해에 소수부대(육상경비대대)만 남아있다. 주둔지는 포항으로 옮겨갔고, 진해는 발상지로서의 기능만 남았다. 하지만 해병대전우회 진해지회를 중심으로 창설지 보존과 기념사업 추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매년 4월 15일에는 해병 창설기념식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으며, 전국의 해병 전우들이 진해를 찾아 참배를 한다.
지난 25일에는 이종문 해병대교육훈련단장(준장), 김동우 교육연대장(대령), 강태관 해병대진해전우회장, 해병 임관장교(사관후보생 138기) 등 120여 명이 해병혼이 시작된 시루봉 정상에 올라 선배 해병들의 호국충성 정신을 계승할 것을 다짐하고, 덕산동 골프장 내 해병대 발상탑에서 추모행사를 가졌다.
해병대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그 신화의 출발점이 바로 진해다.
하지만 지역 청소년과 시민에게는 그 의미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 김다현(진해고 3학년) 학생은 "진해에 해병대가 있었는지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며 "우리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기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강태관(61) 진해전우회장은 "해병대 창설지는 군사 유적 이상의 정신적 상징"이라며 "해병대창설기념관, 교육관, 추모공원 등 실질적인 역사공간 조성이 절실하다. 선배 해병들의 땀과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양 요충지 역사적 의미 조명해야
해병대 발상지, 진해는 단순히 군대가 태어난 장소가 아니다. 국가방위의 선봉에서, 민·군 결속의 역사, 그리고 기억의 공간으로서 역사적 가치를 간과해선 안된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소수정예, 기동력 중심의 '전천후 전투 병과'로 초창기부터 유사시 상륙·침투 작전을 염두에 둔 특수 전략군이었다. 이 특수성이 진해라는 해양 요충지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군사적 지리성과도 맞닿아 있다.
진해 주민들은 초창기 해병대원들을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며 식량·물자·거처 등을 공유했다. 즉, 진해는 민과 군이 함께 만든 해병대의 공동체적 출발지였다.
지금도 해병대 전우들은 창설지를 찾아 참배하고, 붉은 명찰의 무게를 되새긴다.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군인의 정신을 시각화한 공간으로 진해는 기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창원시 진해구는 지난달 15일 해병대 발상탑에서 '제76주년 해병대 창설 기념식'을 가졌다. 전웅식 육상경비대대장을 비롯한 해병대 원로와 현역 장병, 도의원, 창원시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해병대 창설의 의미를 되새겼다.
손동영 진해경찰서장은 "바다를 지키는 붉은 명예, 해병대의 불굴의 정신으로 국가의 최전선을 지키고 있다. 경찰도 지역의 치안과 안전을 위해 해병대와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며 "강인한 정신력과 단결력으로 국민의 믿음을 받는 해병대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전했다.

◇교육·정신문화 콘텐츠 발굴 필요
진해구 남문로에는 해병대 창설 50주년을 맞아 세워진 '해병대 창설기념비'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붉은 해병 마크와 함께 '여기서 해병이 태어났다'는 문구가 새겨진 이 기념비는 군사적 장소인 해군기지 인근에 있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매년 수백 명의 전우와 가족들이 찾아 추모하는 해병 정신의 성지다. 맞은편에는 '해병대 발상지' 표지석이 놓여 있다. 하지만 안내판이나 설명시설이 부족해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창원시와 전우회는 "기념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창설 80주년을 앞두고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2023년 창원시는 진해 해병대 창설지를 포함한 역사문화공간 조성을 계획했지만, 예산과 사업 추진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 관계자는 "시민 의견을 반영한 해병대 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창설지의 의미는 퇴색된다. 진해의 군사문화는 지금도 지역의 큰 자산이다. 해병대 발상지라는 국가적 유산을 단지 지역기념비로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교육·관광·정신문화 콘텐츠로 재탄생시킬 것인가는 결국 지역사회와 국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현섭 진해구청장은 "해병대는 창설 이후 수많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 조국 수호의 최전선에서 '무적 해병'의 위상을 굳건히 해왔다"며 "지금도 해병대 전우회원들이 방범 순찰, 수중 정화, 교통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 주시는 모습은 해병대 정신이 평생을 관통하는 헌신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이은수기자

■어록과 기록으로 남은 진해의 해병 정신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 우리는 해병이다!"
-1949년 창설 당시 구호
"해병은 바다에서 시작해, 땅에서 끝낸다."
-신현준 초대 해병대사령관 훈시 중
"진해는 해병이 숨 쉰 첫 고향입니다. 우리는 그 숨결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명수(해병대 112기), 진해전우회 원로
■관련정보
해병대 창설일: 1949년 4월 15일
창설지 위치: 창원시 진해구 덕산동 해군기지 인근
기념비 위치: 진해구 남문로 59 (해병대 창설기념공원)
관련 단체: 해병대전우회 진해지회 / 창원시 역사문화재단
■해병대 창설 연표
1949.4.15 해병대 창설 (진해 해군기지)
1950.9 인천상륙작전 참전
1973 주둔지 포항 이전
2025 창설 76주년 기념행사 진해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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