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나의 것 - 괴물의 초상

기호일보 2025. 5.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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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면 뉴스를 접하다 보면 파렴치한 범죄자들의 행각에 치를 떨 때가 적지 않다.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 놓고서도 형량이 무겁다며 거리낌없이 항소의 뜻을 밝히거나, 범행 당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단골 멘트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1979년 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걸작 '복수는 나의 것'은 살인범 에노키즈를 통해 인간 밑바닥에 흐르는 폭력, 광기, 욕망의 어두운 근원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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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동국대 강사

사회면 뉴스를 접하다 보면 파렴치한 범죄자들의 행각에 치를 떨 때가 적지 않다.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 놓고서도 형량이 무겁다며 거리낌없이 항소의 뜻을 밝히거나, 범행 당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것은 단골 멘트가 된 지 오래다. 인간으로 태어나 괴물이 된 살인범들. 그들의 범행 원인을 역추적하다 보면 대체로 가정폭력, 사회적 불평등과 냉대 등 불우한 환경이 비뚤어진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1979년 개봉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걸작 '복수는 나의 것'은 살인범 에노키즈를 통해 인간 밑바닥에 흐르는 폭력, 광기, 욕망의 어두운 근원을 탐구한다.

단정한 수트와 검은 뿔테 안경, 또렷한 가르마가 돋보이는 세련된 스타일의 멀끔하고 훤칠한 남성이 호송차에 오른다. 에노키즈 이와이, 30대 중반의 이 남성은 대학교수와 변호사를 사칭하며 다섯 명을 잔혹하게 죽인 혐의로 체포된다. 취조실에서 그는 수사에 협조하기보다는 한겨울 유치장이 얼마나 추울지에 대한 걱정을 늘어놓는다. 일말의 후회도,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 살인마 에노키즈의 일생을 영화는 거슬러 올라간다.

1938년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 제국군인은 아버지 소유의 배를 국가의 이름으로 징발한다. 억울하게 재산을 약탈당하면서도 군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아들은 깊이 실망한다. 이후 불량 청소년이 돼 소년원을 들락거리던 그는 성인이 된 후에도 미군과 어울리며 자국 여인을 먼저 겁탈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 사내는 틈만 나면 아버지를 비난하기 일쑤였다. 아버지 또한 그런 아들에게 폭언으로 대응했다. 한편, 아들을 딱하게 여긴 어머니는 쌈짓돈을 모아 아들의 노름 자금을 기꺼이 마련해 주곤 했다. 

세월이 흘러 이 마초적인 사내에게 매력을 느낀 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결혼을 요청해 가정을 꾸렸으나, 에노키즈는 철들지 않고 더욱더 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제 집 드나들 듯 감옥을 오가던 사내는 출소 후 아버지와 아내의 관계를 의심하고 난동 끝에 집을 나온다. 그리고 일련의 연쇄살인을 78일 동안 저지른다. 초반에는 돈이 필요해 범죄를 저질렀다지만, 이후 그의 행각은 동기를 찾기 힘든 지경에 이른다. 특히 여관집 모녀는 그가 지명수배 중인 살인자임을 알면서도 받아 준 이들이었다. 게다가 여관 사장 하루는 이 인간 말종의 아이를 원할 만큼 그를 사랑했었다. 하지만 에노키즈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다섯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살해한다.

일본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연출을 통해 최대한 냉철한 시선으로 이 잔혹극을 풀어간다. 과도한 감정 개입을 멀리하고 사건과 인물 그리고 당시 사회상을 차갑고 객관적으로 그렸다. 에노키즈의 비정상적인 행각에 깃든 사회적·가정적 결함과 개인 내면에 자리한 과도한 쾌락의 탐닉, 무도한 폭력성과 광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덕성과 책임감의 결여가 빚어낸 총체적 괴물의 형상을 고발한다. 

주인공은 범죄의 원인을 복수라 말한다. 과연 누구를 향한 복수라는 말인가! 영화는 몰염치와 위선으로 점철된 범죄를 고발하며 그 원인을 어느 하나에 두기보다는 다층적 타락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어둠의 그림자를 비추는 이 영화는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볼 때마다 당대 사회와 조우하며 깊은 사유와 충격으로 관객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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