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생산성에 도움 안 돼”…경북연구원, 주4.5일제 조건부 제안

경북연구원 이재필·이주연 박사는 'CEO 브리핑' 제725호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의 장시간 노동 구조와 생산성 간의 상관관계를 조명하고 대구경북 지역의 사례를 중심으로 조건부 효과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1,742시간)보다 약 130시간 더 길다. 2013년 대비 234시간(11.1%)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국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 투입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약 51달러로 OECD 38개국 중 26위에 그치고 있어 '장시간-저생산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와 교대제·초과근무 관행 등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의 실험지로 주목된다.
경북 제조업 근로자의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12.6시간으로 전국 다섯 번째로 길며 경북의 일·생활균형지수는 54.8점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장시간 노동이 지역 사회의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구원은 대구경북 민간기업의 사례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 반드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음을 확인했다.
자동화 설비 도입, 성과 중심 평가체계, 유연근무제 활용, 노사 간 신뢰 구축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오히려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이 향상되어 생산성과 근로자 만족도가 함께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이 획일적으로 추진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별 산업 구조, 직무 특성, 노동환경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현재로서는 주52시간제를 유지하되 업종별·직무별 특성에 따라 노사 간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주4.5일제와 같은 방안을 도입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기반으로 △산업별 맞춤형 전략 △공정 자동화 및 혁신 지원 △성과 중심 평가체계 도입 △유연근무제 확산 △노사 협력 기반 강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전통적인 노동 관행이 자리잡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와 공정 혁신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경북연구원 이재필·이주연 박사는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한 노동정책을 넘어 일하는 방식의 전환과 직결된 과제다. 한국 사회가 이 과제를 통해 생산성과 삶의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기술적·문화적 기반 마련과 함께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