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힐링속으로-경북을 걷다] 67. 안동 낙동강변 ‘맨발로도(路道)’

친수공간 재편과 걷기 정책, 야경 명소화, 건강 인프라까지…강변을 따라 변화한 일상은 단순한 도시 미화사업이 아닌, 시민 삶을 복원하는 복합 프로젝트의 일부다. 도시와 시민이 함께 숨 쉬는 리질리언스 도시, 그 중심에 안동이 있다.


"운동을 시작했다기보다는, 그냥 걷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낙동강변 '맨발로도(路道)', 일명 안동 맨발로 '룰루랄라'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안동시가 조성한 이 5.3㎞ 맨발 전용길은 고운 모래와 천연 광물질, 지압 자갈로 이루어진 복합 건강 코스다. 단순한 산책로가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운동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안동시는 이 길의 효과를 직접 검증했다. 기초체력, 혈압, 에너지 소비량 등에서 '맨발 모래길'이 가장 높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운동 부족 시대, 시민에게 가장 원초적이고 안전한 건강법으로 '걷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공간은 '열려 있음'의 상징이다. 월영교, 탈춤공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체험형 시설까지 갖춰 시민·관광객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기능한다.

안동의 낙동강변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풍경을 입는다. 실개천이 흐르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래놀이터, 어르신들이 산책하는 초화단지까지… 그야말로 '생애주기별' 공원이자, 도시의 감성 재생 공간이다.
가을에는 백조공원 일대가 핑크뮬리로 물들고, 태화동 낙동가람 초화단지는 사계절 내내 다른 꽃으로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한다. 유채, 작약, 배롱나무, 코스모스, 억새… 도시의 색채는 매달 새롭게 바뀌고 있다.
야경 또한 또 하나의 감성 자산이다.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교량들에 설치된 조명은 도시의 밤을 '빛의 강'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영가대교에는 분수와 조명이 어우러진 야경 명소가 조성돼 '밤의 안동'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안동의 변화는 하드웨어에 그치지 않는다. '걷기'라는 일상적 행위를 도시정책의 중심에 두고, 시민 건강과 도시환경을 함께 바꾸는 '건강도시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맨발 걷기길이 시범사업으로 호응을 얻자, 안동시는 이를 복지·보건·도시계획이 연계된 통합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 걷기 챌린지, 주민주도 걷기동아리, 청소년·고령층 맞춤형 프로그램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실천 정책이 가동 중이다.
특히 WHO 건강도시 인증 참여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도시건강영향평가, 보행환경 개선, 건강지표 도입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종합계획을 마련 중이다. "걷기는 단지 운동이 아니라, 도시를 건강하게 재구성하는 방법"이라는 시의 방침이 분명하다.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회복탄력성은 이제 재난 회복만을 뜻하지 않는다. 안동은 이 개념을 도시의 평범한 일상에 적용하고 있다. 변화의 주체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다.
걷기 정책의 기반에는 시민의 자발적 실천이 있다. 주민센터와 연계한 걷기 모임, 청소년 대상 건강교육, 고령자 맞춤 지도사 배치까지…안동은 '일방적 제공'이 아닌 '참여와 체험' 중심의 정책 설계를 실현하고 있다.
물놀이장과 야외공연, 생활체육 공간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월 5천 원 이용료로 누구나 즐길 수 있어, 특히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악취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공중화장실도 전면 수세식으로 교체돼 강변 이용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2024년 여름, '안동 수페스타'에는 9일간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물놀이, 공연, 야경, 분수… 강변의 변화는 단지 경관 개선이 아닌, 도시 체질을 바꾸는 회복 프로젝트의 증거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안동시는 '건강도시' 중장기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강변이 숨 쉬고, 시민이 걸으며, 삶이 회복되는 도시. 안동의 시도는 이제 전국 지방도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걷는 도시, 건강한 시민"이라는 비전 아래 회복은 이미, 시작되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이 '회복'의 이름으로 새롭게 숨을 쉬고 있다. 안동시가 추진 중인 강변 친수공간 재편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며, 낙동강변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회복탄력적 공간으로 재탄생 중이다. '맨발 걷기길'부터 사계절 초화단지, 야경 명소, 생활체육 공간까지…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강의 도시' 안동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