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 가림' 단속 주체 누구? 지자체-경찰 '서로 답답'
관련 업무분담 놓고 현장 혼란 빈번
고의성 여부 따라 벌금·과태료 구분
처분 역할 나뉘고 판단도 쉽지 않아
'단속·책임 주체 일원화' 필요성 제기

불법으로 차량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에 대한 단속 주체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로 중첩돼 있어 단속 현장에서 혼란이 감지된다.
업무 중첩에 따른 기관 간 혼란이 최근 경기 지역에서 구청 공무원과 경찰관이 공방을 벌이는 이유가 됐던 만큼 책임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 16일 안양시 만안구청 공무원 A씨는 야간 당직 근무 중 '차량 번호판 가림' 민원을 접수했다.
자동차관리법상 번호판을 가리는 행위는 불법으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벌금, 고의성이 없으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불법주정차 등 교통 법규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을 피하거나 도주 차량이 신원을 감추고자 번호판을 의도적으로 감추는 경우를 막고자 함이다.
다만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초동 현장 조사가 필수적인데, 현행법상 이를 수행하는 주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에 현장에서 단속 실시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번호판 관련 민원 대응을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교통 관련 부서 직원들이 퇴근한 상태라 온라인을 통해 번호판 가림 단속이 경찰 담당 업무라는 점을 확인하고 112신고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민원 현장에 A씨가 나타나지 않은 점 등에 불만을 품었고 이들 간 갈등이 불거졌다.
초동 조사에서 번호판 가림 행위가 적발될 시 벌금 부과는 경찰이, 과태료 처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업무 분담이 중첩돼 있기 때문에 경찰과 지자체 간 '떠넘기기'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애매하다. 일례로 도난 방지용 체인이 오토바이 번호판에 돌돌 말려 있을 경우 '도난 방지 때문에 걸었다'며 운전자 측이 발뺌하면 경찰로서도 선뜻 벌금을 부과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 단속에 나간 지자체가 고의성이 있다고 보이면 교통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막상 경찰 판단은 고의성이 없다며 현장에서 지자체로 넘기는 경우도 빈번해 불필요한 시간만 소요될 수 있다.
도내 한 교통경찰은 "신고를 먼저 접수하는 쪽이 출동하기는 하지만, 고의성 판단을 두고 현장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경찰은 과태료 부과도 가능해 자체적으로 경찰 선에서 끝나기도 한다. 업무 과중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단속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번 A씨 사건을 비롯해 경찰로부터 업무를 넘겨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경기 지역 한 공무원은 "업무가 대거 쌓이는 상황 속에서 경찰과 업무를 조율하기 어렵다는 고충이 잇따른다"고 토로했다.
노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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