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1분 거리’로 이사, 여사장·직원들 스토킹… 2심도 ‘집행유예’
피해자들과 합의 마쳐 다소 감형
카페 주변 원룸으로 이사까지 와
계속 찾아가다가 전화·문자 반복

부산에서 한 카페를 계속 찾아가 사장과 직원들을 스토킹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해당 남성은 카페와 걸어서 1분 거리인 원룸으로 이사까지 했고, 가게 명함과 직원 차량에서 알아낸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일부 직원 스토킹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이 직원에겐 접근한 횟수가 적은 데다 남자친구 여부를 묻는 질문만으로 범죄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과 합의를 마친 남성은 2심 선고에서 형이 다소 줄었다.
부산지법 형사항소 2-1부(계훈영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보호 관찰과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120시간 수강 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A 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부산 한 카페에서 사장인 40대 여성 B 씨와 직원인 20대 여성 C 씨와 D 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A 씨는 2023년 8월 카페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원룸으로 이사해 스토킹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사장인 B 씨부터 스토킹했다고 판단했다. 2022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38번 카페에 찾아가 B 씨를 지켜보고, “예쁘게 입고 어디 갔다 왔어요?” 등 사적인 질문을 반복한 사실이 인정됐다. 가게 명함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13차례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낸 기록도 확인됐다.
카페와 가까운 원룸으로 이사한 후에는 여성 직원들에 대한 스토킹도 이어졌다. A 씨는 2023년 8월 직원 C 씨에게 3차례 접근했고, C 씨 차량 유리에 표시된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하기도 했다. A 씨는 C 씨에게 전화를 건 뒤 “잘못 전화했다”고 하며 통화를 마쳤고, C 씨에게 ‘예쁘셔서 용기를 내서 전화했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잘못 걸었다고 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직원 D 씨에 대한 스토킹 방식도 유사했다. A 씨는 2023년 8~9월 총 6차례 D 씨에게 접근해 “연예인을 닮았다”와 “대화를 더 할 수 있냐?”고 말한 사실이 인정됐다. D 씨 차량에서 알아낸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잘못 걸었다”고 했고, ‘솔직히 말할게요. 제가 그쪽 좋아해요, 사랑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A 씨가 카페 사장과 직원 2명에게 저지른 스토킹을 1심 재판부는 범죄라고 인정했지만, 검찰은 당시 재판부가 10대 직원인 E 씨에 대한 스토킹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항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A 씨가 E 씨에게는 스토킹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23년 3~7월 A 씨가 E 씨에게 3차례만 접근했고, 남자친구 여부를 묻는 질문만으로 스토킹이 성립되진 않는다고 봤다. 또 E 씨가 “연락처를 여러 번 물어봐 불편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건 없다”고 경찰에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 공포심과 불안감이 크고 다른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엄중하게 처벌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A 씨는 이 사건과 유사하게 길에서 처음 만난 여성들을 상대로 강제추행을 하거나 상해를 가한 범행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전과 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1심에 이어 2심에서 피해자들과 합의해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가 법원에 제출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양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A 씨는 같은 카페에 근무한 또 다른 10대 여성 직원이었던 F 씨를 스토킹한 혐의도 받았지만, F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해당 부분은 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 A 씨는 2023년 3~5월 F 씨에게 접근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스토킹 범죄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됐다. 하지만 2023년 7월 스토킹 처벌법 개정으로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폐지됐고, 지금은 합의를 해도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