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나비'가 인천 섬에…북상 빨라진 '아열대 곤충'

류병화 2025. 5.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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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청도에서 아열대종 잇따라 발견
제주 신규 곤충 30% 아열대성
남부서 적응한 곤충들 '토착화'
3~4년 후에 중부지방 본격 출현
이상기온에 '곤충 대발생'도 우려

인천에서 30㎞ 떨어진 2.91㎢ 면적의 소청도.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가 지난해 9월 생물다양성 조사를 나갔다가 아열대종인 ‘방패광대노린재’를 발견한 곳이다. 희귀 곤충인 방패광대노린재가 중부지방에서 발견된 첫 사례였다. 방패광대노린재는 당시 소청도 답동 선착장에서 750m 떨어진 민박집 외벽, 동쪽 해안가 등대 벽 등 섬 곳곳에 서식하고 있었다. 안 생물사는 “방패광대노린재가 남부지방에서 벗어나 인천까지 왔다는 것은 아열대 곤충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증표”라고 했다. 방패광대노린재는 올해도 소청도에 출현할 것으로 예상돼 생물자원관 소속 직원이 수시로 모니터링 중이다.

 ◇남부 ‘신규 곤충’ 30%는 아열대종

27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아열대 지방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곤충들이 남부에서 중부지방으로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남부지방에선 새로 발견된 곤충 중 20~30%가 아열대 종일 정도로 ‘한반도 곤충의 아열대화’가 해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수년에 걸쳐 남쪽에서 적응한 곤충이 서식지를 넓히며 기존 생태계 변화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발견된 신종·미기록 곤충 65종 중 21종(32.3%)이 아열대 지방에서 온 곤충으로 집계됐다. 경남 전남에서도 아열대 곤충 비중이 늘고 있다. 경남에서 지난해 새로 발견된 곤충 40종 중 9종(22.5%)이, 전남에서는 37종 중 8종(21.6%)이 아열대 곤충이었다.

3~4년 뒤엔 이들 아열대 곤충이 토착화해 중부지방에서도 본격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가 따뜻해지면서 아열대 곤충이 자생하기 쉬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꽃매미는 아열대종 곤충이지만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된 대표적 곤충으로 꼽힌다.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 서식하는 암붉은오색나비도 소청도에서 지난해 발견됐다.

 ◇기후 변화 여파…곤충 대발생 ‘빈번’

아열대 곤충의 북상이 단순한 서식지 변화에 그치지 않고 ‘곤충 대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온 상승으로 겨울이 따뜻해질수록 곤충 개체가 폭증할 수 있어서다. 곤충은 주변 온도에 따라 생리 활동 여부가 결정되는 변온동물이다.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 월동 중 사망률이 낮아져 이듬해 개체 수가 급증한다. 한국에서 적응한 외래종인 꽃매미, 미국흰불나방, 솔잎혹파리 등은 알이나 번데기 상태로 월동한 뒤 5월쯤 부화하는 공통점이 있다. 따뜻해진 겨울에 월동하다 죽지 않고 한국 생태계에 적응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곤충 대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대발생 모니터링 대상에 동양하루살이, 대벌레,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 등 여덟 종을 등재해 관찰하고 있다. 대벌레나 러브버그 등이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서북부 일대에서 대거 발견되고 있다. 대벌레나 러브버그는 인간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곤충이 아니지만 대발생 땐 생활에 큰 불편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방제에 방점을 둔 단기적 대응보다 오랜 시간 추적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전연구소 소장은 “아열대종 등이 일시적으로 북상한 것인지, 자리를 잡은 것인지 전체적인 변화 과정을 살펴야 한다”며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지표종을 추적 관찰해 기후 변화에 따른 곤충의 이동을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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