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장서 쓰러진 40대 살린 ‘생명의 사슬’…전북형 응급의료체계 빛났다

김동욱 2025. 5. 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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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1시59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검도장. 땀을 뻘뻘 흘리며 대련을 이어가던 49세 남성 A씨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진 거친 호흡과 발작에 검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했고,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 “사람이 쓰러졌어요! 숨을 못 쉬고 의식도 없어요!”

전북소방본부 119상황실은 곧바로 구급차를 출동시켰고, 동시에 전화를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연결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단호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세요. 환자를 바닥에 눕힌 뒤 가슴을 강하고 빠르게 압박해 주세요.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검도장에서 대련하던 4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관원들이 휴대전화로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지도를 받으며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검도장에 있던 세 명의 관원이 교대로 쓰러진 A씨의 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은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10여분 뒤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대가 도착했다.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슴에 부착하고, 정맥로를 확보하는 등 전문적인 처치가 이어졌다.

“삐∼삐∼”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구급대는 심정지 재발에 대비해 기계식 가슴 압박기를 부착하고, 전북형 응급의료체계에 따라 치료 가능한 병원과 빠르게 연결됐다.

검도장에서 대련하다 심정지 상태에 빠진 40대 남성에게 119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결정적인 순간, 또 하나의 시스템이 작동했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제어 시스템’이다. 구급차가 교차로에 접근하면 신호등이 자동으로 바뀌는 이 지능형 교통 시스템 덕분에 20분 이상 걸릴 거리도 단 8분 만에 돌파했다.

A씨는 치료를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심정지였지만, 모두가 제 자리를 지킨 덕분에 그는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119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이 모든 과정을 가능케 한 것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119상황관리센터의 신속한 응급처치 지도, 관원들의 용기 있는 심폐소생술 실천, 구급대의 전문 처치, 응급의료기관과의 긴밀한 연계, 그리고 신호체계의 지원까지. ‘생명을 살리는 다섯 개의 고리’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 결과였다.

이오숙 전북도소방본부장은 “도민과 소방이 협업하는 전북형 응급의료체계 덕분에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도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보다 정밀하고 촘촘한 대응체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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