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반체제 이란 감독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화감독이 가택연금 중이다. 영화를 만들 수 없다. 밖에 나갈 수 없어 이웃과 담을 두고 소통한다. 여동생에게 전화해 영화 이야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털어낸다. 고립감과 답답함이 풀릴 리 없다.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집 안에 갇힌 자신 모습을 4일 동안 스마트폰과 캠코더로 촬영한다. 법정에서 6년 형과 20년 활동 정지 선고를 받은 그는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집에서만 촬영한 영화 제목이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2011)인 이유다.
□ 지난 24일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심플 액시던트'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파나히 감독은 이란의 대표적인 반체제 영화인이다. 그는 가택연금과 체포, 투옥을 일상적으로 겪어왔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다. 이라크 내 쿠르드반군에 잡혀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20대 초반 국가를 위해 싸웠던 감독은 신정체제에 반기를 들며 반체제 인물이 됐다. 파나히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강조한 건 “이란의 자유”다.
□ 파나히 감독뿐만 아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이란 감독 모하메드 라줄로프가 칸영화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22년 히잡 시위를 소재로 한 ‘신성한 나무의 씨앗’(다음 달 3일 개봉)을 통해서였다. 라줄로프 감독은 이 영화로 이란에서 8년 형과 태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칸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이란을 탈출해 망명 생활 중이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라줄로프 감독은 2010년 파나히 감독과 더불어 6년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 파나히 감독은 칸영화제 폐막 후 “이란으로 돌아갈 것”이라 밝혔다. 그는 역대 네 번째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수상이라는 드문 기록을 썼다. 조국에서 그를 기다리는 건 환대 아닌 박해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언론은 ‘그것은 단지 사고였다’가 내년 아카데미상 작품상 유력 후보가 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각 나라 영화기관 추천이 필요한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할 걸로 보고 있다. 세계적 감독이 처한 아이러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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