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리고 빈손 종료 ‘전국법관대표회의’…‘대선 결과’가 변수되나
민주, 회의 당일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철회…명분 잃었나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전국 판사들을 대표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일단은 빈손으로 끝났다. 당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계기로 소집됐지만, 선거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회의를 개최하는 과정 곳곳에서 '맹탕 회의' 징조가 보였다고 진단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선 후 추가 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가운데 속행 회의에선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40분 만에 임시회의를 종료하고 회의를 속행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임시회의는 종료하고 회의를 속행하기로 했다"며 "속행될 회의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 보충 토론을 하고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전 상정된 안건은 표결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앞서 김예영 의장(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은 '사법부 신뢰 회복'과 '재판 독립 침해 우려' 등 2개 안건을 상정했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 여러 안건이 발의됐고, 이중 5개 안건이 상정됐으나 결론을 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저조한 임시회의 참석률…126명 중 88명 참석, 그 중 70명은 온라인 참석
법조계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초기부터 파열음이 일었다고 말한다. 임시회의는 전체 구성원 126명 중 5분의 1 이상(26명)이 찬성해야 개최할 수 있는데, 당초 진행된 투표에선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운영진이 투표시한을 연장한 끝에 26명을 채웠다. 투표에 참여한 70여 명은 반대 표를 던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도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대선 후로 미뤄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겨우 소집한 임시회의에는 126명 중 약 70명이 온라인으로 참석할 정도로 오프라인 참석률이 좋지 않았다. 현장에서 회의에 참여했던 인원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18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온라인 참석자 일부가 회의 도중 이탈하면서 회의가 힘을 잃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판사 출신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대표들이 모인 자리라고 해도 전국 법관들의 절대다수나 과반수의 의견과 동일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면서 "자칫 사법부의 정치화로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 당일 민주당이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 '대법관 100명 증원' 등 법안을 철회하면서 회의의 명분을 잃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법관대표회의 안건이 '사법부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법안 철회로 일부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수원 아주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법관 증원 문제나 대법관 자격 문제는 당에서 공식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 개인이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개인적으로 한 것일 뿐 당의 입장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탄력을 받지 못한 법관대표회의는 일단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표결에 부쳐진 임시회의 속행 여부가 재석 90명 중 찬성 54명, 반대 34명으로 통과되면서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사법개혁이 의제가 되면서 법원 안팎에서 대표회의에서 의결로 입장을 표명하는 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며 "구성원들 간 얘기가 있었고 내부에서 속행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의결하게 됐다"고 했다.

대선 후 추가 회의키로…"사법부 독립 표명 못한 아쉬움도"
법조계에서는 대선 결과에 따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또다시 '사법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또다시 회의가 소집될 수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도 법원 안팎에서 '사법부 독립'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 표명은 했어야 한다는 성토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6·3 대선 이후로 추가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확한 날짜는 추후 의견을 수렴해 정하기로 했다.
한편,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회의체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 논란 등을 논의하기 위해 결성됐다. 이후 2018년 대법원 규칙에 따라 상설 기구화됐다.
이번에 상정된 2개 안건에는 이 후보 사건 대법원 재판 진행에 관해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라거나, 최근 법원 안팎의 논란에 관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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