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대학이 도시로 변할 때

작년 출생 인구는 23만여 명이었다. 9년 만에 신생아 수가 늘었지만 30년 전인 1994년의 신생아 수 72만명에 비하면 3분의 1도 안 된다. 1994년 대학 입학 정원은 23만여 명이었고 전국에는 130개의 대학(4년제)이 있었다. 2024년 현재 대입 정원은 34만여 명이고 대학은 200개가 넘는다. 입학 정원이 출생 인구보다 10만여 명이나 많다.
1960년대 중반에는 전국에 대학이 70개밖에 없었으나 당시 정부는 인구 분산 정책을 시행하며 수도권 내 대학 설립을 억제했다. 1990년대 중반에 가서야 대학 설립이 활발해지는데, 1953년 종전 이후 20여 년간 매년 신생아 수가 90만명을 웃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1970년대 초반부터는 대학을 늘렸어야 했다. 출생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던 1970년대 중반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즈음에야 대학 설립을 쉽게 만들었으니 정책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 후과를 지금 대학들이 겪고 있다.
한 세대 전과 비교하면 신생아 수는 3분의 1로 줄었지만 대학 수는 2배 가까이 늘었다. 교육 여건과 연구시설 같은 인프라스트럭처도 많이 향상됐다. 당시에는 세계 100위권 대학은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으니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은 위기다. 2002년 신생아 수는 40만명대가 됐고, 2020년에는 20만명대로 추락한다.
학생 수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원비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대학등록금은 동결된 지 오래다. 기부금이 들어오는 대학은 많지 않지만 그나마 기부 용도에 꼬리표가 달려 있어 대학의 의도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비 수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인공지능(AI)의 진화는 대학 교육에 혁신을 강요한다.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시험이나 리포트로 학점을 주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교수 대 학생 비율을 더 높여야만 세밀하고 개별적인 지도가 가능할 것이다. 교수는 지식의 전수가 아닌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할 터인데, 교수부터 변하지 않으면 이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인프라가 건설됐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것들이 제법 많다. 물재생센터처럼 기술이 발전해 크기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곳도 있고, 산업단지처럼 기능을 복합화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빈집에 이어 빈 대학도 나올 것 같은데 대학도 시대에 맞춰 가야 할 때가 되었다. 비수도권 거점국립대 9곳의 면적만 합산해도 일산신도시만큼 크다. 지역의 사립대도 큼직한 곳들이 허다하다. 상하수도, 전기 등 인프라가 갖춰진 곳들이다.
대학은 교육, 연구만을 위한 상아탑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여러 길이 보인다. 외국 대학 중에는 캠퍼스에 기업은 물론이고 시니어 주택에 호텔까지 들어선 곳이 허다한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립대 공동학위제 등 대학 서열을 깨고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공약들이 이번에 나왔다.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더해 넓고 잘 가꿔진 대학 용지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주택과 기업을 복합화할 필요가 있다. 인구가 늘던 시기에 넓게 지었던 대학 용지를 활용해 활기 넘치는 도시로 재정비할 때가 오고 있다.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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