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정을 확 바꿔야 AI 혁신정부 가능하다

'VUCA'.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을 의미하면서 현재의 행정 환경 및 사회 문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이다. 많은 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특성을 갖는 현대 사회의 난제들이 기존의 행정에서 접근하던 방식으로는 성공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OECD도 'Global Trends in Government Innovation 2024' 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복잡한 과제를 전통적인 행정의 틀 안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제는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인공지능(AI)은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며, 강력한 변화의 물결로 주목받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AI가 불이나 전기보다 더 영향력이 심대하다"며 AI를 혁신적인 문제 해결 대안으로 주목한 바 있다. 이미 구글, 메타 등 민간 빅테크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AI 선도국들은 공공부문에서 AI를 활용한 정책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 대항해시대의 경쟁처럼 바야흐로 AI발 '행정 르네상스' 시대의 경쟁이 막을 올린 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행정 업무와 공공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샌디에고) 대학과 협업으로 산불 징후 파악을 위해 911 신고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 대신 AI 기반 카메라영상 분석 시스템인 'Alert California'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뉴욕주는 고령층에게 AI 가상 비서를 통해 약 복용 알림 같은 맞춤형 돌봄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의 AI 도구 'Consult'는 수만 건의 방대한 국민 의견을 신속하게 요약 및 분석하여 의사결정 속도와 투명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재난안전, 보건복지, 민원 등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 AI 혁신 정부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을 기존 행정에 단순히 적용하는 것만으로 '행정 르네상스'가 구현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기존 행정 프로세스와 서비스 제공 체계는 그대로 둔 채 최신 AI 기술만 적용하는 것은 정부 효율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 이는 마치 자동차로 마차를 대체한 후, 숙련된 기사가 아닌 마부를, 기름이 아닌 건초를, 고속도로가 아닌 골목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같다.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AI를 전기에 비유하며 기술 자체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듯이, 정부 부문에서 어떻게 AI를 내재화하여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진정한 AI 혁신정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AI를 단순한 기존 업무 보조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을 넘어 행정 프로세스 전반을 AI 활용을 전제로 변화시켜야만 AI 혁신정부가 완성될 수 있다. 즉 AI의 막대한 잠재력을 행정 전반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조직 문화의 개선, 법과 제도의 정비까지 포괄하는 정부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혁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AI의 책임 있는 도입과 활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아우르는 정부 부문 AI 거버넌스 추진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AI 혁신이 일부 부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방 행정의 최일선까지 효과적으로 확산 및 공유되도록 하는 핵심적인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최근 연속해서 OECD 디지털정부평가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 우리 정부의 역량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AI 혁신정부 거버넌스 체계는 조속히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격동의 시대에 가장 큰 위험은 격동 자체가 아니라 어제의 논리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과거의 문제해결 방식에 안주하는 것은 급변하는 AI 시대에 뒤처지는 지름길이다.
정부는 AI 혁신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행정 시스템 전반을 대대적으로 재설계하고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정부혁신을 추진함으로써 AI 시대라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행정 르네상스'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워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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