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이 극찬한 19살 작곡가 이하느리 “영감이 머릿속에서 소리처럼 떠다녀”
서양음악 전공자로 40분 국악관현악 작곡 도전

이하느리(19)는 요즘 국내외에서 떠오르는 작곡가다. 9살에 작곡을 시작해 국내 여러 작곡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11월엔 헝가리 버르토크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그의 재능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봤다. 그에게 곡을 위촉해 통영국제음악제와 영국 위그모어홀 공연 등에서 연주하는 등 ‘이하느리 전도사’로 나섰다.
“영감이 머릿속에서 소리처럼 떠다녀요.” 지난 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하느리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들을 머릿속에서 오래 구체화하는데, 이를 토대로 여러 곡을 쓸 수 있다”고 했다. 머릿속 저장고에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저장했다가 충분히 숙성시킨 뒤 하나씩 꺼내 여러 곡으로 나눠 쓴다는 거다. 그에게 중요한 건 “의미의 전달이 아니라 소리 자체”다. 작곡할 때도 “음표와 쉼표와 그 결과로서 나오는 소리 이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작곡 방식이니 곡을 쓰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6월이 마감인 작곡 콩쿠르에 곡을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 한 마디도 쓰지 않았다. 그는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정리되면 스케치를 시작하는데, 지금은 그냥 바로 쓸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며 “조금 손을 빨리하면 마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번엔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아이디어로 국악관현악에 도전한다. 다양한 국악기에 타악기 주자만 7명에 이르는 40분짜리 대규모 곡이다. 7악장짜리 작품 제목이 ‘언셀렉티드 앰비언트 루프스 25-25(Unselected Ambient Loops 25-25)’다. 그는 “지금까지 16분짜리가 가장 길게 써본 곡인데, 서양 곡도 길게 쓸 수 있는 발판이 되거나, 아니면 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다음 달 26일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지휘 최수열)이 초연한다.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리(Re)-프로젝트’ 두 번째 무대 '장단의 재발견' 공연이다.

서양음악 작곡가로서 국악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아직 유보적이다. “음색이 독보적인 악기들이 많은데 음향과 음량의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워요. 저음을 채우기도 어렵고요.” 그는 “국악의 가능성을 더 볼지, 아니면 흥미를 잃을지 공부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위인 임윤찬과는 예원학교(중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다. “저는 현대음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고, 윤찬이 형은 고전적인 피아니즘을 동경하는데, 둘이 음악 이야기를 하면 잘 통했어요.” 이하느리는 임윤찬을 위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편곡했다. 임윤찬이 오는 7월 그의 스승 손민수(49)와 함께하는 듀오 리사이틀에서 연주할 곡이다.
이하느리는 네 살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의 관심을 작곡으로 돌린 곡은 9살 때 들은 러시아 작곡가 스크랴빈(1872~1915)의 피아노 소나타 3번 2악장이었다. 그는 “그 곡을 듣고 충격을 받아 오선지에 바이올린 독주곡을 끄적이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이듬해인 2016년부터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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