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지갑 닫는 관광객...밤에는 갈 곳 없는 제주관광
내국인은 숙소로 외국인은 카지노로

제주 방문객들의 야간 관광 수요가 높지만 여전히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서 소비 촉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7일 제주관광공사가 발간한 '제주 야간관광 패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관광객이 지출한 비용의 37.9%는 오후 6시 이후에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7~8월 사이 제주에서 사용한 신한카드 결제액을 토대로 전체 신용카드 소비액을 추정한 결과다. 현금과 간편결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기간 관광객들이 사용한 소비액은 6648억원이다. 이중 주간(06~18시)은 4132억원, 야간(18~06시)은 2517억원이다. 야간 소비 중 내국인은 1900억원, 외국인은 617억원이다.
시간대별로는 점심시간(12~15시)과 저녁시간(18~21시)대가 각각 1532억원, 1488억원으로 소비액이 가장 높았다. 특히 저녁은 1건당 결제액이 평균 15.8만원으로 소비 강도가 컸다.
업종별 분석에서도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는 음식점업의 결제액이 폭증했다. 점심은 606억원, 저녁은 691억원으로 객단가가 높은 저녁 시간대 소비가 더 많았다.
내국인들의 경우 저녁 식사 이후 소비액이 급감했다. 소매업과 운송업, 스포츠여가 등 음식점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카드 사용이 현저히 줄었다.
이는 관광객들이 소비를 멈추고 숙소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소비도 호텔이 몰려 있는 제주시 연동과 노형 등 도심지로 제한됐다.
외국인은 저녁 식사 이후 숙박업 소비가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드림타워와 중문관광단지 내 카지노 이용에 따른 영향이다.
상당수 점포들이 문을 닫으면서 소매업 지출도 동반하락했다. 특히 원도심과 신제주권의 격차가 컸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찾지 못한 관광객들이 숙소로 줄줄이 복귀했기 때문이다.
네비게이션 검색량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네비게이션 도착지 54만6883건을 분석한 결과, 저녁 시간대 애월과 조천, 한림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야간에는 숙소가 몰려 있는 연동과 노형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야간 쇼핑 목적지도 야시장이 위치한 동문재래시장과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몰렸다.
나머지는 이마트와 하나로마트였다. 야간 쇼핑지를 찾지 못한 관광객들이 마트에서 먹을거리 등을 챙겨 숙소에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야간 관광지 검색량도 함덕해수욕장과 이호테우해변 등 도심지 근처 해수욕장에 집중됐다. 원도심이나 사설관광지, 쇼핑시설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주관광공사는 "관광객의 소비 시간대를 늘릴 수 있도록 야간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도출된 시사점을 바탕으로 잠들지 않는 제주의 매력을 찾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