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란 이름으로 아랍인 향해 침 뱉는 이스라엘 극우
매년 폭력사태 반복돼도
이스라엘 경찰은 방관만
정부는 제지 아닌 '동조'

극우 성향 이스라엘인 수천 명이 예루살렘의 이슬람교도 구역에서 혐오 발언과 폭력을 동반한 '깃발 행진'을 벌였다. 이스라엘 지방 정부가 "도시 해방을 기념하는 축제"라며 비용을 대고 홍보하는 행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혐오발언·폭력 만연한데 '축제'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이슬람교도 구역에서 이스라엘의 극우단체 '암 카비' 주도로 '깃발 행진'이 열렸다. 이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로, 이스라엘 극우들은 이를 기념해 매년 행진을 벌여왔다. 2021년에는 깃발 행진에서 발생한 충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11일 전쟁'으로 확전되기도 했다.
행진은 폭력으로 물들었다. 시위대는 "그들(팔레스타인인)의 집을 불태우자", "아랍인에게 죽음을" 등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외치며 구시가지를 행진했다. 히잡을 쓴 여성을 향해서는 침을 뱉는 등 폭력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카페와 서점, 몇몇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 등 약탈도 저질렀다. 시위를 지켜보던 이스라엘 진보 활동가와 언론인들도 공격 대상이 됐다. 매년 반복되어온 모습이지만, 올해는 가자지구 전쟁과 맞물리며 폭력 수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6일 개시한 가자지구 점령계획 '기드온의 전차' 옹호 분위기도 만연했다. 이날 구시가지 북쪽의 다마스쿠스 문 앞에 도착한 시위대는 "가자지구는 우리의 것"이라고 외치며 '예루살렘 1967, 가자지구 2025'라 적힌 대형 현수막을 흔들었다. '나크바(아랍어로 '재앙'·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를 의미) 없이 승리 없다'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경찰은 뒷짐, 정부는 동조
치안을 유지해야 할 이스라엘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 한 아랍계 상인은 유대교 전통 복장을 한 10대 소년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음료를 훔쳐가자 이스라엘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지금 가게를 닫지 않으면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만을 들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다수의 폭력 사태가 목격됐음에도 경찰에 체포된 이스라엘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이스라엘 야당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구시가지에서의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깃발 행진은) 예루살렘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증오와 인종차별, 괴롭힘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동예루살렘에서 태연하게 내각회의를 개최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극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방첩기관 신베트의 경고도 있었지만 네타냐후는 이를 무시했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 대표를 맡고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가자지구 전쟁의 발단이 된 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한 뒤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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