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10대 공약’ 만든 소소한소통…“공약을 이해하는 것도 권리” [심층기획-2025 대선 매니페스토-내일을 바꾸는 약속]
선택시 필요한 정보… ‘소소한소통’ 출범 계기
아무도 관심없는 쉬운공약, “우리라도 만들자”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드는 쉬운 정보 공약집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선택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본 수단이 바로 정보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가 쉬운 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소소한소통은 26일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의 쉬운 10대 공약을 공개했다.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두 번째다. 한 달 사이 평균 지지율 5% 이상인 후보 등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TV토론회 후보 초청 기준에 따라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 후보의 공약을 쉬운 표현으로 바꿨다. 어려운 단어는 추가 설명을 넣고, 공약을 낸 배경을 설명해 유권자가 공약 의도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됐다. 백 대표는 보건복지부에서 법안 시행을 준비하는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법령 아래에 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만드는 일을 하며 연구자와 장애인 단체를 만났다. 당사자와 입법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셈이다. 그때부터 그는 쉬운 정보에 관심이 생겼다. 그 관심이 오늘의 소소한소통으로 이어졌다.
백 대표는 공약을 이해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쉬운 공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참정권이 생겼지만 정치가 어려워 공약을 보는 것이 힘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공약을 이해하는 것도 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국민 혹은 성인으로서 인정받는 것”이라며 “선거는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후보도 쉬운 공약 제작에 관심이 없으니 우리라도 하자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쉬운 공약집은 의무가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5년부터 점자 공보물을 의무화 한 것과 비교된다. 매 국회에서 장애인의 참정권을 위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고 있지만 통과되지는 않고 있다. 백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최혜영 전 의원 등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법안만 발의한다고 제대로 된 쉬운 공약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쉬운 정보를 만들 때 참고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백 대표는 “전문 기관이 아닌 곳에서 쉬운 정보를 단순히 시장이나 사업, 돈으로만 보고 뛰어든다면 굉장히 진흙탕이 될 것”이라며 기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3년 복지부는 그림을 넣어 ‘알기 쉬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년)’ 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영어, 한자어, 줄임말 등은 그대로인 데다가 내용과 상관없는 그림만 크게 들어가 있다며 발달장애인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장애인단체가 복지부의 그림을 문제삼은 것처럼 삽화도 중요한 정보다. 백 대표는 “삽화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함이지 예쁘라고 넣는 것이 아니다”라며 “글 속 내용을 연결할 수 있는 그림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찾아보고, 회의도 거친다”고 했다.
사용자의 참여 과정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단계다. 영국의 쉬운 정책을 알려주는 ‘변화’도 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다. 소소한소통도 공약집을 만든 후 발달장애인에게 검수를 받는 단계를 거친다. 백 대표는 “쉬운 정보로 바꾸는 과정은 한글을 영어로 번역할 때와는 다르다”며 “쉽다는 개념은 객관적이거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 정보 사용자 입장에서 쉬운가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소소한소통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감수위원단에게 꼭 확인을 받는다.
쉬운 정보가 발달장애인과 같은 정보 약자만을 위한 정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새롭게 생긴 신조어와 한자어가 섞인 사회가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누구나 정보 약자가 될 수 있다”며 “쉬운 정보를 활용하는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해설을 쉽게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용자들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소한소통의 최종 목적지는 소멸이라고 했다. 백 대표는 “언젠가는 쉬운 정보가 누군가 신경써서 만들어야 하는 정보가 아니라 당연히 만드는 정보가 되길 바란다”며 “쉬운 정보가 당연해진다면 쉬운 정보만 만드는 우리 같은 곳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매니페스토취재팀=조병욱·장민주·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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