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경로잔치’ 그림부터 BTS 응원봉까지…‘기념품의 문화사’

국보 ‘기해기사계첩(己亥耆社契帖)’은 1719년 숙종이 주관한 경로잔치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자료이다. 이 모임에는 이유(1645~1721) 등 고령의 대신 11명이 참석했다. 모두 12부를 만들어 1부는 관청에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 조선시대에 뜻깊은 날을 기억하고자 만든 ‘기념품’이었던 셈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7일부터 9월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오늘도, 기념: 우리가 기념품을 간직하는 이유’는 기념품의 문화사를 조명하는 전시다. 박물관 측은 “기념이 넘쳐나는 시대에 기념품을 중심으로 오늘의 기억 가치를 탐구하고, 진정한 기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유물로 기념의 순간을 돌아본다. 1765년 열린 기로연(임금이 원로 대신을 위해 연 잔치)과 수작례를 8폭 병풍에 담아낸 ‘영조을유기로연·경현당수작연도 병풍’은 지금처럼 사진이 없던 시절 옛사람들이 간직한 기념품이었다.

대한제국 시기 대표적 친러파 관료인 이용익(1854~1907)의 초상화는 최초의 기념장(記念章)인 ‘고종 황제 성수 50주년 기념장’이 묘사돼있다. 기념장은 대한제국기에 중요한 행사를 기념하고자 참가자에 나눠준 일종의 배지를 일컫는다. 그간 초상화 존재는 알려져 있었으나 국립민속박물관 전시로는 처음 공개된다. 제헌절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장면을 담은 ‘헌법 공포 기념사진’도 처음 관람객에 소개된다.
전시는 개인의 생애주기를 따라 이어지는 삶의 이정표들을 기념한 물건들과 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기억하는 기념품들도 들여다본다. 방탄소년단(BTS) 응원봉인 ‘아미밤’(ARMY Bomb), 그룹 god의 2001년 첫 콘서트부터 최근 콘서트까지의 티켓 등이 눈에 띈다.
42.195㎞를 완주하고 받은 첫 마라톤 메달, 여행 갈 때마다 꾸준히 모으게 된 트럼프 카드 등 개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내 인생의 기념품’도 소개한다. 박물관 측은 “기념품이 삶에 스며들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증명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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