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에 불똥 튄 시멘트업계…영업익 96% ‘곤두박질’
“IMF 이후 최대 위기” 우려도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건설 후방업계들이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가 끝을 모른 채 이어지면서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연달아 공장 '셧다운(운행 중지)'을 택한 가운데, 시멘트업계는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신사업 진출, 친환경 시멘트 개발 등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으나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는 낮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멘트 내수(출하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8% 감소한 812만 톤(t)에 그쳤다. 최근 5년간 1분기 실적 중 최저 수준으로, 2023년 1분기(1201만t)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다. 1분기 내수 감소율이 20%에 달한 건 IMF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시멘트업계 전반에 전례 없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이유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올해 연간 출하량을 약 4000만t으로 예상했는데, 1분기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올해 출하량은 199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멘트사들의 실적도 바닥을 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시멘트사(쌍용C&E·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삼표시멘트·성신양회)의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6% 감소했다. 성신양회와 쌍용C&E는 지난해 1분기 1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적자로 전환됐다.
철강, 레미콘 등 타 건설 후방업계와 비교해도 시멘트 업계 부진의 골이 더욱 깊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멘트사들은 건설 호황기에 가격 인상을 단행해 2024년까지 영업이익이 3.2% 증가하는 등 실적 방어에 성공해왔다"면서도 "그러나 올해는 가격 인상 효과마저 미미해져 영업이익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건설경기 지표는 악화일로…전망도 어두워
문제는 이같은 부진이 해소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건설 후방산업은 6개월~1년 전 주택 인허가 및 착공 실적에 기반해 수요를 예측하는데, 건설 실적마저 매 분기 저점을 갱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착공 실적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 연구원은 "시멘트가 착공 후 약 1년 뒤 투입됨을 고려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출하량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속되는 공사비 상승과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인해 건설기성액이 감소하고 있다"며 "2023년~24년 지속됐던 저조한 착공 실적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시멘트업계는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삼표시멘트는 그룹 계열사를 통해 로봇 주차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성수동 옛 공장 부지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쌍용C&E와 한일시멘트 등은 친환경 시멘트 제품을 앞세워 수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정책 불확실성 해소 등의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 말부터 분양 및 착공 물량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핵심 원재료인 유연탄 가격이 낮아지고, 환율도 안정화된 만큼 남은 과제는 공사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건설시장이 반등한다면 시멘트업계는 올해 실적 바닥을 다지고, 내년에는 재시동을 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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