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무너지는 교사들…보호망 여전히 '부실'
[EBS 뉴스12]
고 현승준 교사의 사망 이후, 학교 현장에선 다시 교권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대책이 쏟아졌지만, 교사들을 향한 악성 민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데요.
교육당국이 민원대응 시스템에 대대적 개편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태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는 최근 공무상 휴가를 냈습니다.
학생 생활지도를 문제 삼은 학부모가 예고 없이 학교를 찾아와 막말과 고성을 퍼부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부모는 과거에도 다른 자녀 문제로 민원을 반복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결국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렸지만, 결과는 1호 조치인 '서면사과'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광주 중학교 교사
"신고가 접수가 됐다고 그거를 알려드리니까 그러면 나는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 더라고요. (학생부장, 교감 선생님한테) 반말을 해가면서 오라가라 하고 고성은 기본에…."
제주에서 숨진 고 현승준 교사 역시 하루 10차례가 넘는 학부모 전화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당국은 민원 대응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교육청 차원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체감할 만한 변화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실제 전국 교사 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최근 1년 내 악성 민원으로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민원의 주요 통로는 여전히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와 메신저였습니다.
악성 민원을 넣는 보호자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2년간 교권보호위원회가 심의한 학부모 교권 침해 814건 중, 과태료 부과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교육부는 뒤늦게 시도교육청과 민원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학부모가 상담을 사전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시스템'도 시범 운영합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의 불신은 여전합니다.
인터뷰: 권수현 정책실장 / 교사노동조합연맹
"서이초 이후에 발표했던 민원 대응팀은 기존에 있는 사람들에게 역할이나 명칭만 하나 더 붙여준 거예요. 악성 민원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었으면 하거든요."
교권을 위한 장치는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지만, 교사를 실질적으로 지키는 보호막은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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