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요양병원 아닌 집으로…‘돌봄스테이션’이 찾아갑니다

충북 진천에서 홀로 사는 ㄱ(78)씨는 최근 충북대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고 자택으로 돌아왔다. 배에 인공항문을 단 채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면역력도 기력도 떨어졌지만, 돌봐줄 사람 없이 집에 누워만 있었다. 이런 ㄱ씨를 돕기 위해 진천군 ‘돌봄스테이션’ 직원들이 찾아왔다.
돌봄스테이션 직원이 방문했을 당시 ㄱ씨는 몸에 힘이 없어 문조차 제대로 열어주지 못할 정도였다. 직원들은 홀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ㄱ씨를 위해 간편 영양보충식 등을 제공하고, 군청 복지팀과 함께 집 청소와 현관 수리, 응급벨 설치도 해줬다. “그동안 식당을 운영하며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왔는데, 내가 도움을 받으려니 쑥스러웠어요.” 처음엔 도움을 꺼렸던 ㄱ씨는 이제 몸무게도 7㎏이나 늘어나고, 직원들에게 기타도 연주해줄 정도로 회복됐다.
진천군의 돌봄스테이션은 병원에서 퇴원한 어르신이 무사히 건강을 회복해 요양시설로 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간호, 진료, 재활, 영양 등 필요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간호센터다. 75살 이상 진천 거주자 중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과 장애인, 병원 퇴원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용기간은 최대 6개월이다. 안은숙 돌봄스테이션 간호팀장은 “통합돌봄에서 가장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물으면, 의료기관이 나에게 방문해주면 좋겠다는 요구가 가장 높다”면서 “특히 진천군에서 의료기관이 아예 없는 초평·문백·백곡면 3곳은 저희 같은 방문형 의료서비스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돌봄스테이션은 진천의 유일한 종합병원(2차병원)인 중앙제일병원과 연계해 입원할 때부터 퇴원 후 관리까지 보건·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와 기초상담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확인하고, 퇴원간호계획을 수립한 후 환자가 퇴원하면 서비스를 연계한다. 정덕희 진천군 문화복지국장은 “진천 내 어르신들의 70%가 중앙제일병원을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ㄱ씨처럼 인근 다른 지역에서 입원 후 진천으로 돌아오는 주민도 돌봄스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돌봄스테이션의 직원은 총 11명으로, 상근직인 간호사 5명과 영양사 1명, 사회복지사 1명을 포함해 중앙제일병원 업무와 겸임하는 의사 1명, 물리치료사 3명이 소속돼 있다. 돌봄스테이션은 지난해에만 방문간호·영양 등 방문서비스를 3155건 진행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가 종결된 대상자 278명 중 186명(66.9%)이 지역사회에 계속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시설에 입소한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진천군은 2019년부터 돌봄스테이션 등 통합돌봄 사업을 시작했다.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장애인 등 주민들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의료, 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통합적으로 지원받으며 살아 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를 말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가운데 장기요양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인데, 진천군의 65살 이상 인구 대비 장기요양 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10.49%로, 전국 평균(11.39%)보다 낮다. 진천군에서 7년간 통합돌봄을 담당해온 이재철 주무관은 “전국 평균보다 진천군 비율이 낮아지면서 자체 추산 연 15억5500만원의 장기요양급여 절감 효과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진천군은 돌봄스테이션 외에도 통합돌봄의 일환으로 농업과 돌봄을 융합한 ‘케어팜’(돌봄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증 인지장애,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등이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간단한 돌봄과 정서적 안정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중증질환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적 돌봄’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지역 내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파종부터 수확, 판매까지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이 주무관은 “통합돌봄이 잘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돌봄 인프라를 갖춰야 되고, 예방적 돌봄이 마을 단위에서 잘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상자 욕구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돌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천/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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