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공짜경제학’ 맹점은 빚의 구축효과[포럼]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호텔경제학’ 논쟁이 화제다. 한 여행객이 동네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지불해서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에서 침대를 구매했으며, 가구점 사장은 치킨을 샀고,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했으며, 문방구 주인은 호텔 외상값 10만 원을 갚았는데,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았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인 필자에게 이 논쟁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돈의 순환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를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 이재명 후보에게 이준석 후보가 이러한 방식의 경제 순환이 정말 경제 활성화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재명 후보는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도록 정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후 논란은 여행객이 호텔 예약을 취소해서 호텔이 손해 본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17·2022년 대선 과정에서도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정부가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으로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일 인천 유세 때도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재정지출을 경제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강조하는 이 후보에게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그 재원 마련을 위해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일지 모른다.
이재명 후보는 이어진 유세 발언에서 이에 대한 단서도 제공했다. 다른 나라는 국가부채가 GDP의 110%도 넘는데 우리나라는 국가부채가 GDP의 50%도 안 되니 국가가 빚을 져서 국민을 지원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당장 정부부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정부가 빚을 져서 현재 세대에 현금으로 지원하면 이 빚은 오롯이 우리 후세대에 전가돼 막대한 부담을 떠넘기게 될 텐데 이런 걱정을 희한한 생각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공약 실천을 위한 핵심 세제 법안이 지난 22일 연방 하원에서 의결됐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미국의 국가부채가 향후 10년간 2조4000억 달러(약 3278조 원)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법안 통과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채 금리가 급등했으며 미국 주식시장 또한 크게 출렁거렸다.
정부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모두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은 경제학에서 ‘승수효과’라고 불리는 GDP 확대 효과를 강조했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시장 이자율을 올려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를 감소시키는 ‘구축효과’를 초래한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 두 효과(승수효과 대 구축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달렸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적인 설명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분명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 재정 건전성은 지금의 경제성장과 미래의 지속가능성 모두를 위한 필요조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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