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랑스럽다”… 6·25참전 랭글 전 의원 별세

민병기 특파원 2025. 5.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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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년 미국 의사당 지킨 지한파
6·25때 중공군 맞서며 부상
카터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도
코리아코커스 창설 초대의장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 내고
아베에 과거사 사과 촉구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으로 미국의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이었던 찰스 랭글 전 연방 하원의원이 미국의 현충일(메모리얼데이)인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94세.

랭글 전 의원은 뉴욕 맨해튼의 할렘에서 태어나 1970년 뉴욕에서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7년 1월까지 46년간 의사당을 지키며 민주당 내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의 23선 의정 활동은 한국과의 인연을 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6·25전쟁 초기 미 2보병사단 503연대 소속으로 참전해 중국군 공격에 부상까지 당했던 고인은 미국 내에서 잊어진 전쟁으로 불리는 6·25전쟁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랭글 전 의원은 군 복무 당시를 회상하며 “1950년 11월 30일, 중공군의 기습 공격으로 내 동료들이 쓰러졌지만 나는 살아남았다”며 “그 이후로 단 하루도 나쁜 날이 없었다(And I haven’t had a bad day since)”고 말하곤 했다. 이 문장은 그의 자서전 제목으로도 사용됐다.

지난 2003년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코커스 창설을 주도하며 초대 의장을 지냈다. 1977년 민주당 소속이었던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다.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 결의안’(2013년),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2014년), ‘한국전쟁 종전 결의안’(2015년) 등을 발의했다.

랭글 전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2014년 6월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내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반성을 담은 고노 담화의 검증에 나섰을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서한을 일본 정부에 보내는 데 동참했던 그는 2015년 아베 당시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도 발표했다.

그는 6·25전쟁 참전 공훈으로 퍼플하트와 동성 무공훈장을 받았고, 2007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2021년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전쟁 때) 부상을 입고 한반도를 떠났을 때는 악몽과도 같았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았기에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미국의 7번째 교역 파트너이자 국제적 거인으로 부상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민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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