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자연을 품은 교실, 땅의 힘을 배우는 아이들

2025. 5. 27. 11: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정보기술의 발달로 무한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직접 오감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 학교, 학원으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일상은 자연과의 접촉을 어렵게 만들고, 이는 정서적·신체적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아동 중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22.3%로 OECD 평균보다 4.4%나 높은 수준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따라서, 이러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부는 2024년 1학기부터 ‘늘봄학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늘봄학교는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정규 교과에서 다루지 않는 다양한 놀이와 체험을 프로그램으로 제공한다. 특히 범부처 협력을 통해 각 부처가 전문성을 살려 개발한 프로그램들이 학교 현장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촌의 풍부한 자원을 교육 콘텐츠로 활용해 늘봄학교에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농촌교육농장을 직접 방문해야 체험할 수 있었던 농업활동을 학교로 찾아가는 형태로 전환했다. 그리고 농촌교육농장주와 치유농업사가 늘봄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전문강사 양성교육도 병행하고 있으며 지역 교육청과 협업해 각 지역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가운데, 텃밭정원의 식물을 가꾸고 성장 과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우울감과 불안감을 각각 56.8%, 36.4% 낮추고, 자기효능감은 11.5%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곤충을 돌보고 관찰하는 프로그램은 스트레스를 35.1% 경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학기 현재 전국 108개 학급에서 총 20종의 농업·농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안에 315개 학급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경기도의 ‘쌀 한 톨의 신나는 모험’, 강원도의 ‘키친가든 이야기’, 충남의 ‘행복마음 텃밭 키우기’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심기-가꾸기-수확하기’의 전 과정 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와 생명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취감과 정서적 안정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창의력과 자연 친화적 사고를 기르는 데도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이러한 체험활동을 하며 농업과 농촌을 폭넓게 이해하게 되고 막연하게 느껴졌던 농촌이 친숙하게 다가오면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촌교육농장과 치유농업 전문가들의 참여는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농외소득 증대로 이어지며 농촌의 활력 회복에도 보탬이 된다. 올해부터는 초·중등학교 정규수업 내 ‘학교자율시간’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늘봄학교뿐 아니라 일반 수업에서도 농업·농촌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하고 생명의 가치를 익히며 건강한 정서와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작은 자연을 품은 교실에서 아이들이 땅의 힘을 배우고,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체득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권철희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