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지역 여행이 기부] 5.끝 느린 발걸음 따라…의성 둘러보기


의성군은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자극적인 볼거리는 없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고즉넉한 농촌의 모습이 어우러져 찾는 이들의 마음마저 느긋하게 만든다.
의성의 봄은 산수유꽃에서 시작해 작약꽃으로 끝난다. 꽃이 피는 3월부터 300년 이상의 산수유나무 3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 사곡면 산수유마을 일대는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하다. 5월 중순부터는 조문국사적지에 심어진 작약은 꽃을 피운다. 의성군은 조문국사적지 내 4천여㎡에 매년 1만여 포기의 작약을 식재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육성했다.
경북의 정중앙에 자리잡은 만큼 불교와 유교 등 관련 유산도 적지 않다. 영남의 대표 반촌인 점곡면 '사촌마을', 조문국의 역사를 한 곳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조문국박물관', 경북 대형산불로 화마를 입었지만 천년사찰 '고운사' 등 지역 곳곳에 자리잡은 역사문화 유산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선비마을이면서 의병활동 중심지…점곡면 사촌마을

마을 안 옛스러운 돌담길을 지나다 보면 퇴계 이황의 제자 김사원이 학문을 닦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새운 '만취당'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류성룡 등 많은 인사들의 시문이 남아있다. 현판은 석봉 한호의 친필이다. 수령이 500년에 이르는 '만년송' 향나무가 만취당의 옆을 지키고 있다.
서쪽에는 1만 평이 조금 넘는 방풍림 '사촌가로숲(점곡면 사촌리 358)'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경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풍치림으로 1999년 4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령 300~600년의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 종, 500여 그루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류성룡의 어머니가 사촌리 친정집에 왔다가 이 숲에서 류성룡을 출산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조문국의 역사 한 눈에…조문국사적지
조문국은 삼한시대 의성지역에 번성했던 국가였다. 대동지지와 읍지, 삼국사기에 조문국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고 300여 기 이상의 고분에서 다양한 관련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조문국박물관(금성면 초전1길 83)은 이러한 조문국의 역사와 유물들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전시·보존하기 위해 2013년 문을 열었다. 고분에서 출토된 고대유물을 중심으로 기증, 기탁유물을 포함해 1만 여점 이상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이 있는 금성산 일대에는 200여 개의 고분군(금성면 대리리 324)이 눈에 띈다. 1960년부터 발굴조사를 통해 금동관, 금동제귀걸이 등 장신구와 함께 철제무기류, 마구류 등이 출토됐다. 봉분들은 대부분 원형의 봉토분이며 봉토를 이루고 있는 흙은 이 지역의 흙색과는 다른 순수한 점토로 이뤄져 있다. 다른 지역에서 운반해 온 것으로 풀이되는데 그에 따르는 막대한 노동력은 통치자의 영향력을 짐작케 한다.

◆여름에도 추운 바람이…빙계계곡
빙계계곡은 의성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중 하나다. 빙계얼음골야영장, 빙계서원,무지개다리, 벽화마을, 빙혈·풍혈 등 지질탐방로를 따라 다양한 볼거리가 계속된다. 빙혈·풍혈(춘산면 빙계리 산70)은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여름에도 얼음이 얼거나 찬바람이 나온다. 특히 빙혈은 연평균 영하 0.3℃로, 연중 최고온도 5℃를 넘지 않는다. 결빙기간도 3월 초~10월 초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빙혈의 저온 현상은 너덜(급사면에 쌓인 돌무더기) 때문이다. 늦가을과 겨울에는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계속해서 너덜 안으로 들어와 맨 하부에 갇히고 봄과 여름에는 너덜 하부를 통해 너덜 안의 차가운 공기가 빠져나오고 대신 따뜻한 외부 공기가 너덜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
빙계얼음골야영장(가음면 빙계계곡길 51)은 산책로, 등산로 뿐만 아니라 빙계계곡의 수려한 경관까지 즐길 수 있는 낭만이 있는 캠핑장이다. 총 2만4천㎡ 규모로 카라반 18개, 캠핑사이트 43면으로 조성됐으며 부대시설로는 아이들과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마당과 놀이터, 1인1칸으로 사용하는 샤워실, 공동주방이 있다.
◆수상레포츠로 열대야 잊는다…박서생과 청년통신사 공원

공원에선 청년통신사선(율정호) 탑승과 수상레저스포츠 체험을 할 수 있다. 율정호는 박서생 선생이 통신사로 일본으로 타고 갔던 돛단배를 착안해 만든 12인승 규모의 유람선이다. 길이 15m, 폭 4m로 속도는 10노트다. 지난 3월15일부터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항되고 있다. 율정호를 탑승하면 낙동강변 11㎞를 40분간 돌아보며 낙동강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낙단보를 즐길 수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고운사

하지만 고운사도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산불을 피해가진 못했다. 불상, 불화, 고서 등 등 움직일 수 있는 문화재는 보존했지만 주요 건축물과 벽화 등은 꼼짝없이 피해를 입어야 했다. 특히 조선후기 왕실의 계보를 적은 어첩을 봉안하기 위해 건립한 연수전, 신라 말엽 최치원이 여지·여사 두 대사와 함께 지은 가운루 등 주요 문화재가 소실된 건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근 고운사는 산불피해 복원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고운사가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졌던 예전 고운사의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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