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전환기를 맞은 한국경제

최미화 기자 2025. 5.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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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위기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올해만 따지자면 단기 경기부양으로 0%대 성장 전망을 무력화할 수도 있겠지만, 2%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회복되길 바랄 수는 없는 형편이다. 중장기적으로도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심화에 따르는 노동투입 감소와 사회적 비용 증대, 투자 둔화, 생산성 하락 등이 겹치면서 2%대 성장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내적인 요인들만 살펴봐도 이럴 진데 외부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모든 면에서 철저한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전략과 정책을 실천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제적인 측면만 봐도 그렇다. 보편관세와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로 나뉘는 이른바 트럼프 관세는 그 자체로도 수출 감소를 통해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교섭 과정에서는 타 부문에 대한 협상 지렛대로 활용되면서 국방 지출 확대, 미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 증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압력 증대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력이 나타날 것이다. 더군다나, 자동차는 물론 쌀이나 쇠고기는 물론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내수시장의 일부를 희생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실현가능성은 낮지만 트럼프 관세가 완전 무력화되더라도 대안은 있다.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Plaza Agreement)라 불리는 마라라고합의(Mar-a-Lago Accord)를 통해 원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1985년 플라자합의 후 버블붕괴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일본경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대외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유출 가속화 현상이 진행되는 것만큼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미국과의 교섭이 우리나라에게 완전히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조선이나 원전, 방산 등 다양한 부문에서 미국 또는 글로벌 시장 내 위상을 높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또, 최근까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은 강달러를 원하고 현재의 정책 방향도 그렇다는 말은 어느 정도 신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누가 알겠으며, 언제 협상카드가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 즉, 지금의 미국은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 미국 터프츠대학(Tufts University) 교수가 꼬집은 것처럼 동맹조차도 자국이익을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불량한 초강대국(rogue superpower)처럼 보이며, 우리나라 역시 그런 국가를 이끄는 정부와의 교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다음 주면 우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과 그를 수장으로 하는 정부를 맞게 된다. 다만, 공교롭게도 지금은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리스크가 전방위적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대내적으로는 저성장 국면으로의 본격 진입을 코앞에 둔 전환기다. 당연히,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교섭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단기 경제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할 때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새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는 향후 수년 내에 우리나라가 선량하고 견실한 선진국(a good and sound developed country)의 일원으로서 남을 것인지, 신뢰할 수 없는 부실한 선진국(an unreliable and insolvent developed country)으로 추락할 것인지가 판가름날 수 있는 중대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은 단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전략 방향에 대한 고민도 동반되어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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