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흑역사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오퓔스 별세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나 나치 피해 佛 망명
獨 2차대전 전범 소재 영화로 아카데미상 수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항복한 프랑스에 들어선 비시 정부는 프랑스의 대표적 ‘흑역사’다. 독일과 싸우는 길을 택한 레지스탕스(저항군) 세력이 전후 정권을 잡은 뒤 옛 비시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대대적 숙청이 이뤄졌다. 이로써 프랑스는 2차대전 시기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했다는 이른바 ‘레지스탕스의 신화’가 탄생했다.
전후 20여년이 지난 1969년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슬픔과 동정’은 이 신화의 허상을 드러내 프랑스 국민을 당혹스럽게 만든 문제작이다. 더욱이 영화를 만든 이가 2차대전 당시 프랑스를 침공한 독일 출신 감독이라니 프랑스인들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짐작이 간다.

오퓔스는 1927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막스 오퓔스(1902∼1957)는 영화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1948) 등을 만든 유명한 감독이다. 유대인인 막스는 1933년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이끄는 나치가 독일 정권을 장악하고 유대인 탄압을 본격화하자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떠났다. 2차대전 발발 이듬해인 1940년 6월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고 그 영토 대부분이 독일군의 점령 통치를 받게 되자 막스 가족은 사실상 독일의 괴뢰 정권인 비시 정부가 지배하던 프랑스 남부로 피난했다. 1년가량 비시 정부 아래에서 생활한 뒤 피레네 산맥을 넘어 1941년 12월 스페인으로 탈출했다. 이후 막스 가족은 미국에 정착했다.
이 때문에 오퓔스는 독일인으로 태어났음에도 10대 소년이던 1938년 프랑스 국적을, 20대 청년이던 1950년에는 미국 국적을 각각 취득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고교를 졸업한 오퓔스는 군대 의무 복무를 마친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들어가 연기, 연출 등을 공부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오퓔스는 미국 방송사들과 손잡고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88년 선보인 ‘오텔 테르미누스: 클라우스 바르비의 생애와 시대’는 부제에서 보듯 나치 독일 친위대(SS) 장교 클라우스 바르비(1913∼1991)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바르비는 2차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대원 색출·처형에 앞장선 인물이다. 얼마나 악랄한 수법을 동원했던지 ‘리옹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영화로 오퓔스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오퓔스는 거의 평생을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늘 이방인이란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2004년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인 대부분은 여전히 나를 유대계 독일인, 그것도 프랑스를 때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유대계 독일인으로 여기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식당서 커피머신 치웠더니 매출 10억”… 4번 망한 고명환의 ‘독한 계산법’
- “텅 빈 쌀통에서 71억”…조정석·남궁민·안보현, 공사장 배우들의 ‘훈장’
- ‘200억 전액 현금’ 제니, 팀내 재산 1위 아니었다! 블랙핑크 진짜 실세 따로 있다
- 아침마다 올리브유에 달걀 2알…‘살 살’ 안 녹는다
- “스타벅스 빌딩까지 다 던졌다” 하정우, 7월 결혼설 앞두고 터진 ‘100억원’ 잭팟
- “100억 빌딩보다 ‘아버지의 배’가 먼저”… 박신혜·박서진·자이언티가 돈을 쓰는 법
- 침묵 깬 김길리, 빙상계 ‘발칵’ 뒤집은 ‘최민정 양보’ 루머에 직접 입 열었다
- “1년 내내 노란 옷 한 벌만” 정상훈, 14번 이사 끝에 ‘74억’ 건물주
- “통장에 1600만원 찍혀도 컵라면 불렸다” 박형식, ‘식탐’ 소년의 눈물겨운 억대 보상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