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 박준혁 (경제부)

박준혁 2025. 5. 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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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석유 부국이었다. 1950년에는 1인당 GDP가 세계 4위에 달했다. 식량난으로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고 있는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1999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원유 생산 시설과 수익금을 국유화했다. 오일 머니로 ‘공짜 나라’를 만들었다. 교육·의료·식료품 배급·토지 분배 등 무상 정책을 시행했다. 제조업 등 국가 주요 산업은 외면했다.

이어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무상 복지 정책을 남발했다. 공짜 나라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 말 유가 폭락으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수입이 감소했음에도 재정 지출을 감축하지 않았다. 재정 부족을 보전하기 위해 화폐를 찍어내고 국채를 발행하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한국에도 베네수엘라가 보인다. 보수·진보 정당을 가리지 않고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아동 수당을 만 18세까지 확대하고, 농촌 기본소득 지급, 소상공인 부채 탕감,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지원 등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디딤돌 소득 전국 확대, 근로소득세 기본공제 확대,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 등을 공약했다. 이 공약들을 이행하려면 이 후보는 100조원, 김 후보는 70조원 이상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두 후보는 재정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지난 18일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 부채를 감수하고서라도 소상공인과 서민의 코로나 극복 비용을 부담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떠안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김 후보도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세우는데 국가 부채가 일정 부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가 채무는 1175조 2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6.1%를 기록했다. 한국 국가 채무가 다른 국가보다 낮다는 논리로 이재명 후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달러·엔화·유로 등을 쓰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기축통화국은 유사 시에 자국 돈을 찍어내어 국채를 상환할 수 있어 한국과 비교할 수 없다.

“한 달에 4만원을 주기 위해 26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냐? 용돈 수준도 안 되는 한 달 4만원 지급을 위해 국가 예산 26조원을 투입하는 예산 편성이 과연 합리적이냐.” 민주당 출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021년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비판한 글이다.

박준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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