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항공모함 역할 할 수 있는 제주 제2공항의 위험

제주 제2공항이 누군가에는 풍요로움의 기회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 듯하다. 국제적인 정세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제주의 큰 변화를 가져올 제2공항 건설 사업은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개발이 곧 풍요라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제2공항의 문제는 더욱더 신중함을 요구하고 있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5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국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에서 광활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어렵게 하는 '거리감의 압박'(tyranny of distance)을 극복하는데 주한미군이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지리적 위치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 한국이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의 존재"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을 주장한다.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5월 13일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IIPS) 주최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수립 중인 국방전략(NDS)은 "미국과 한국이 미·중 전략 경쟁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힌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한미군이 단지 북한 퇴치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 강대국을 견제하고, 동아시아의 분쟁 등에도 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간략하게 브런슨 사령관의 말을 한국인의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은 미군이 거리상 한계가 주는 압박을 줄여주는 항공모함과 같은 존재이다. 둘째, 한국은 미국이 벌이는 동아시아 분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인터넷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정책을 입안했던 전문가가 말했다. 우리나라를 마치 자신들의 전방기지 하나 정도인 항공모함 정도로 여기는 미국의 태도는 우리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향후 미국의 정책에 휘말리면서, 일본 제국주의 깃발을 아직도 고집하는 일본 군대의 지휘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동맹이지 동아시아 역내 문제가 발생할 때 미국의 전진기지가 된다는 뜻이다. 한국과 한국인을 전쟁 무기처럼 생각하며 전쟁을 상정하는 그들의 말은 한반도에 공포를 안겨준다.
이를 제주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더 공포스럽다. 제주에는 이미 해군기지가 있다. 이 곳에 이미 수차례 미 해군의 측량선, 핵잠수함과 핵항모가 다녀갔다. 즉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의해 제주를 미 해군의 전쟁기지로 사용할 준비를 다 마쳤다는 의미이다. 미군의 군사기지가 아니라고 해군 당국은 부인하지만, 이번 브런슨 사령관의 말처럼 동아시아 역내 분쟁이 발생하면 과연 미군이 제주강정해군기지를 가만히 놔둘 수 있을까?
2023년 12월 말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미국의 핵무기를 제주도로 전진 배치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를 전략 도서화 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2공항에 미국의 전략 폭격기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필자가 2023년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국회의원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제주강정해군기지와 제2공항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제주도의 군사기지화를 찬성하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아직도 국회의원이다.
여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제주도는 브런슨 사령관이 주장하는 항공모함에 딱 들어 맞는다. 일본제국주의가 태평양 전쟁 중에 건설한 항공모함 인공섬이 되어버린 에텐섬(Etten Island)과 비슷한 운명이 제주도에 밀어닥치는 것이다. 일제는 실제로 제주를 중국에 대한 폭격기지로 만들면서 제주에 4개의 공항을 건설했었다.
군사전략적 관점에서 보자면 제주도는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군이 이야기하는 '거리감의 압박'을 해소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군대의 이동과 보급의 경로를 줄이면서 동시에 상대를 견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제주 제2공항은 이러한 군사주의적 관점에서 매우 훌륭한 공항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군사전략적 가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군사안보의 관점에서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안보를 오로지 힘의 관점에서 볼 때 생기는 무참한 희생이 발생한다. 일제 말기 군사기지화의 대상이 된 오키나와 사람들의 비극이 떠오른다.
제주 제2공항은 단순하게 국내의 안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어 국제적인 안보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마치 1960년대 말 미국을 위협하는 쿠바와 같은 존재와 같다. 상대국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제2공항을 순진하게 경제적 문제만으로 바라 볼 때 제주도민에게 큰 위험을 안겨준다.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국제적인 항공 수요의 감소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빈번한 상호 제제는 제2공항과 같은 편의시설의 확장만으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을 매우 구식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보다 큰 범위의 전략적 차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괜히 풍요로운 제주의 자연만 파헤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군사 안보적 차원을 간과한다며, 어느 틈에 군사기지로서 제주도만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제주도가 평화와 인권의 섬이 되고자 한다면, 제2공항과 같은 위험요소를 증가시킬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적 거점으로서, 그리고 강력함 힘들의 완충지대로서 제주평화지대를 선언하고 수행하면 어떨까 싶다. 제주도에 국제적인 평화-대화체제가 구축된다면 그 또한 어떠한 측면에서 평화경제체제가 구축될 기회도 생길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제2공항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다. 오히려 평화를 추구하면서 국제평화체제로서 제주가 된다면,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각국의 상호교류와 협력의 장으로서 그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모두는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