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병폐와 맞물린 난임은 왜 '대선판' 뒷전으로 밀려났나 [공약논쟁前 12편]
6ㆍ3 대선 스페셜 에디션
공약논쟁前 12편 난임 지원
출생률과 맞물려 있는 난임
공약 내놓은 후보 거의 없어
정부 정책은 시술비에만 초점
시술비 지원이 능사는 아냐
지금은 예방책이 더 중요해
난임은 저출생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다. 경제 부담, 일과 가정의 불균형, 경쟁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 등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난임 공약'은 화두에 오르지 못했다. 공약을 내놓은 후보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공약 자체도 핵심을 비껴갔다. 난임을 두고 논쟁할 이슈가 이렇게 없었던 걸까.
☞ 참고: 6ㆍ3 대선 에디션 '공약논쟁前'의 취지는 공약을 논쟁하기 전前에 논쟁해야 할 이슈를 살펴보자는 겁니다. 더스쿠프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을 읽어보시면 취지를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804

"South Korea is over(한국은 끝났다)". 지난 4월, 구독자 2400만명을 보유한 독일의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가 올린 영상의 제목이다. 영상은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과 인구감소 현상을 소개하며, 그로 인해 한국 사회 전반이 무너질 것이란 경고를 담고 있다. 꽤 인상 깊은 내용이었는지 해당 영상 조회수는 21일 기준 1210만회를 넘어섰다.
이렇듯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는 게 쉽지는 않다. 경제 부담, 일과 가정의 불균형, 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직간접적 요인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 중엔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난임이 포함돼 있다. 한국의 난임률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산백병원 한정열 교수팀의 지난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난임률은 19.5%에 이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발표한 세계 평균 난임률(17.5%)보다 2.0%포인트 높다. 난임시술도 연간 14만건(보건복지부·2023년 기준)으로 적지 않다.
6·3 대선후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 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일하다. 난임 세포 보존 지원, 난임 조기 평가 의무화, 난임 치료 시 휴가 유급화 등 직접적인 난임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렇다 할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3년 전인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확대' '약제비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대신, 보육비 지원을 늘리고 초등학생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저출생 문제를 포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도 자녀가 있는 가구에 교통·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렇다면 3년 전과 달리 '공약'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난임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된 걸까. 공약을 떠나 우리가 고민하거나 논쟁해야 할 이슈는 없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 논쟁➊ 지원 현황 = 먼저 우리나라의 난임 지원 정책의 수준부터 살펴보자. 한국 정부가 본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친 건 2017년 10월부터다. 건강보험에 난임 시술비를 급여항목으로 추가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론 체외수정, 인공수정 등의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혜택 수준과 폭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술비 지원 횟수를 '평생 25회'에서 '아이 1명당 25회'로 늘린 건 긍정적인 성과다.
간접적인 지원의 혜택도 확대 중이다. 현재 정부는 난임시술을 받은 직장인을 위한 '난임치료휴가' 제도를 운영하는데, 지난해 2월부로 난임치료휴가의 일수를 기존 3일에서 6일로 늘렸다. 그중 정부가 급여를 지원하는 기간도 1일에서 2일로 확대했다.
이같은 난임 지원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난임 치료로 태어난 출생아는 2020년 1만7000명(7.0%)에서 2023년 2만6000명(11.0%)으로 3년간 9000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가 27만2000명에서 23만5000명으로 줄어든 걸 생각하면 알찬 결과임에 분명하다.
■ 논쟁➋ 이대로 괜찮나 = 그렇다고 고민할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난임을 겪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데, 왜일까. 생식의학 관점으로 봤을 때 난임률은 35세 이후로 급격히 상승한다. 이를 기점으로 남자는 정자 운동능력이 감소하고, 여성은 난자의 수가 줄어서다. 그만큼 난임 치료에서 생물학적 나이는 절대적이다. 늦게 아이를 가질수록 난임을 겪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늦게 결혼하는 것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초혼 연령은 2000년 29.3세에서 2023년 34.0세로 23년간 4.7세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의 초혼 연령도 26.5세에서 31.4세로 4.9세 증가했다.
결혼을 늦게 하면 아이를 갖는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35세 이상 연령층의 난임 치료 비율은 2012년 18.7%에서 2022년 35.7%로 10년간 꾸준히 높아졌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40세 이상 연령층의 비중이 2.4%에서 6.5%로 커진 건 눈여겨볼 통계다. 난임이 일부의 고민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 논쟁➌ 시술비 지원이 능사일까 = 또 하나의 고민할 문제는 난임 시술이 만능은 아니란 점이다. 무엇보다 성공률이 높지 않다. 체외수정의 경우, 35~39세 기준 임신 확률이 37.5%에 불과하다. 언급했듯 임신이 생물학적 나이에 큰 영향을 받는 탓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술비를 지원하는 것에만 치중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올바른지는 따져봐야 한다. 머잖아 정책 효용성에 한계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거다.
![시술비 위주의 지원 정책은 효용성에 한계가 있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27/thescoop1/20250527091247822rlsv.jpg)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제 '난임 예방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경제적으로 출산을 지원하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든 너무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김유신 차여성의학연구소 부원장은 "과도한 경쟁에 몰리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하면 인간의 몸은 임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사회적 압박을 줄이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쉽게도 세 후보는 난임 문제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유일하게 공약을 내놓은 김문수 후보의 공약도 시술비 지원을 조금 더 개선하는 선에서 그쳤다. 난임이 '국가적 위기'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열쇠 중 하나란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차기 정부에선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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