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정 이슈로 금융시장 요동… 28일 엔비디아 실적발표 촉각[서정훈의 월가토크]
美 감세법에 재정적자 이슈부상
30년 국채금리 급등락 등 영향
신용강등도 정부부채 문제 환기
국채투자 보완… 대형주 성과부각
부채비율 관리에 GDP상승 필요
美, 관세 강경입장 약화 될수도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재정 건전성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투자자 이목을 끈다.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투매)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발생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 역시 ‘순한 맛’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미국 대형주 회복이 빠른데, 뉴욕 증시 상승을 이끈 인공지능(AI) 모멘텀이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 요동친 미 국채의 이례적 움직임= 지난 22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화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미국의 새로운 재정 적자 우려를 낳았다.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 적자를 2조3000억 달러(약 3146조 원) 더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법안 통과 직후 30년물 국채 금리가 5.08%에서 5.16%까지 급등하며, 2007년 중반 이후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는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하며 큰 폭의 내림세로 마감했다.
채권 금리 급락(가치 상승)은 같은 날 발표된 경제 지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예상치를 밑돌고, 미·중 제네바 관세 조정 합의 이후 조사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큰 폭 개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긍정적인 경제 지표는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플레이션이 자극되는 만큼 이자율을 높여 통화량을 감소시키려는 압박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긍정적인 경제 지표에도 금리가 하락했다는 점은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주요 변수로 등장한 美 재정 건전성= 미국 장기채 수익률의 비전형적 움직임은 최근 시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요인보다 정부 재정 건전성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 부채 증가는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경제 성장이 뒷받침된다면 부채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장기 금리 상승세가 ‘기간 프리미엄’(장기 채권에 반영되는 일종의 가산금리) 상승에 기인한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사건은 큰 관심을 받았지만, 시장은 이를 ‘새로운 악재가 아니다’라고 평가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번 무디스 이벤트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환기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간과돼왔던 주요 정부의 높은 부채 비율이 투자자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국가 부채 부담이 높은 일본과 영국, 그리고 재정 지출 확대를 선언한 독일의 장기 채권 금리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감세 법안이 경기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무디스 이벤트와 맞물리면서 미국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커진 美 재정수지 개선 압력 “관세정책은 소강기로”= 정부 부채 비율을 단기간에 극적으로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시장 역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부채 비율의 분자인 국채의 양보다는 분모인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요 경제 지표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부채 비율의 증가 속도는 그만큼 둔화될 수 있다. 실제 정부의 재정 수지가 개선되는 시점은 통상적으로 경기가 호황일 때 나타난다. 세금이 잘 걷히고,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지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글로벌 상호 관세 협상에서 이전처럼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반기에 경험했듯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은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크게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감세 법안 통과가 트럼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만큼, 법안의 원활한 통과를 위해 트럼프는 다른 부문에서는 자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미·중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전과 같은 관세 충격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되며, 이는 미국 증시의 하방 위험도 분명 제한할 것이다.
◇미 증시 전략 방향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국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주목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존슨앤드존슨의 경우 미국 정부보다 신용등급이 현재 기준 높다. 애플·알파벳·버크셔해서웨이 등은 미국 정부와 동등한 신용등급을 갖고 있어 미국 국채 투자의 보완 수단으로 자주 언급된다.
주식시장에서도 대형주의 성과가 최근 부각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미국 중소형 종목을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는 지난 한 달간 4% 반등에 그친 반면, M7 그룹은 14%가량 상승했다. 신용문제, 높은 금리 등이 지속적으로 회자된다면 소수 퀄리티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이번 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으며, 실적 발표를 통해 기술주 중심의 AI 모멘텀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될 수도 있다.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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