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로 결제하고 로봇이 서빙하는 세상… ‘푸드테크’의 혁신, 팁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미국 여행을 처음 갔을 때였다. 식당에서 샐러드 하나 주문해서 먹고 계산서를 받아 든 순간, 깜짝 놀랐다. 음식값에 세금이 따로 붙고 마지막 줄에 ‘팁 20% 권장’이라고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아니,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팁을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하다니! 왠지 얄미운 마음이 들어 최소한의 팁인 15%만 적었더니, 종업원이 “제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드셨나요?”라고 묻는 바람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서 팁은 호의가 아닌, 의무에 가까운 문화였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친절하게 서비스해도 “감사합니다∼” 한마디면 끝인데.
팁의 기준도 모호하다. 15%면 인색한가? 30%면 과한가? 신용카드를 쓸 땐 음식값 결제 후 팁을 따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최근에는 카드 단말기에 팁 비율이 자동으로 뜨는데, 어떤 곳은 20% 이상(22%, 25%, 30%)만 선택지로 나와서 ‘편리해진’ 건지 ‘압박이 세진’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팁 문화는 여전히 많은 한국인에게 낯설고, 불편하다. 미국에서는 식당 종업원의 시급이 법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고, 월급의 상당 부분이 손님의 팁에 의존한다. 팁이 ‘보너스’가 아니라 ‘월급’의 일부인 셈이다. 반면 한국은 음식값에 인건비가 이미 포함돼 있어 손님은 그냥 ‘음식값만 치르면’ 된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팁을 주면 무례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서비스는 돈이 아니라 자부심으로 완성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말, 나라마다 사는 방식도 이렇게 다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선 팁이 계산서에 이미 포함된 경우가 많고, 영국은 미국과 비슷하지만, 기준이 좀 더 명확하다. 한편 멕시코는 원래 팁 문화가 없었지만, 미국 관광객의 영향으로 관광업계에서는 외국인에게 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이렇게 국가마다 팁에 대한 태도가 다른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가 좋으면 주고, 별로면 안 준다’는 식의 논리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각 나라가 노동과 서비스 직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핵심이다. 즉, ‘노동의 가치’에 대한 문화적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팁 문화가 생긴 것도 오래된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남북전쟁 이후, 유럽 귀족 문화를 따라 하려는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레스토랑뿐 아니라 호텔, 택시, 심지어 배달앱까지 팁을 요구하는 세상이 됐다. 어떤 이들은 ‘팁을 안 주면 무례한 손님’이라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쩌면 서비스보다 더 불편한 건, 이 문화 속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 아닐까?
최근에는 이러한 팁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푸드테크(FoodTech) 혁신 덕분이다. 앱으로 주문하고, 로봇이 서빙하고, 음식은 포장해서 나가는 시대에 팁이 낄 틈이 점점 줄어든다. 얼마 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팁 박스를 놓아둔 것을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내가 키오스크에서 결제하고, 진동벨 울려 직접 받아오고, 반납까지 다 했는데 왜 팁이 필요하냐는 거다.

아직은 과도기라 이런 주제가 화두가 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쑥쑥 커지는 요즘, 레스토랑에서 팁에 의존하는 종업원이 언제까지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가 “팁은 얼마가 적당한가”를 고민했던 그 시간이, 언젠가는 오랜 문화유산처럼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푸드테크의 발전 속도를 보면 그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
서울대 웰니스융합센터 책임연구원
■ 한 스푼 더 - 푸드테크(FoodTech)란
푸드테크(FoodTech)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식품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3D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생산, 가공, 유통, 소비, 서비스 전 과정을 혁신하는 신산업을 의미한다.
환경 문제와 식량안보 위기로 식물성 대체육, 배양육, 친환경 포장 등 지속 가능한 식품 개발이 가속화되고, 스마트팜, 식품 이력추적, 맞춤형 식단 서비스, 자동화 로봇(제조·서빙·배달)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바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간편식·밀키트·배달앱 등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가 성장하고,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기능성 식품, 저당·저염 제품, 개인 맞춤형 영양 솔루션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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