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필리핀 공략 나선 하이트진로…김인규 대표 "100년 더 가려면 해외 시장밖에 없다"

박준석 2025. 5. 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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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현지 기자간담회]
"주류 시장 1% 성장 어려워,
반드시 동남아 개척해야"
'소주 1위' 필리핀 모범 사례
교민→현지인 소비층 전환
"시장 없으면 회사도 망한다"
'적자 감수' 동남아 투자 지속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18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가 앞으로 100년을 더 가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야 한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가 18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1924년 진천양조상회를 모태로 출발한 하이트진로는 진로, 참이슬, 테라 등 국내에서 수많은 히트 상품을 선보이며 2024년 '100살'을 맞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와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으로 국내 주류 시장이 성장률 1% 미만의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터라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미래 100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진단이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시장은 동남아, 그중에서도 필리핀이다. 김 대표는 "2019년 법인을 세운 뒤 필리핀에서 대한민국 소주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고 있다"고 했다. 과거 교민들이 주로 찾는 한인타운 내 음식점이나 슈퍼에서나 접할 수 있던 진로 소주가 편의점·마트·쇼핑몰 등 현지 주요 채널에서도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K팝·K드라마 등 한류 열풍과 하이트진로의 유통망 확장 전략 등이 맞물린 결과다. 그는 "카페와 칵테일 바에서도 진로 소주가 트렌디하고 친근한 술로 자리 잡았다"며 "굉장한 성장"이라고 했다.

하이트진로가 수출 전용으로 출시한 과일 소주 6종 이미지. 하이트진로 제공

실제 2023년 하이트진로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2013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필리핀 재외 동포 수가 61.2%(8만8,102명→3만4,148명) 줄었지만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핵심 소비층이 교민에서 현지인으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회사 관계자는 "필리핀 소주 시장 내 점유율이 67%(추정)로 압도적 1위"라고 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진로 소주가 한류에 따라 반짝 인기를 얻은 게 아니라 일상에 녹아들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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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718130002358)

2월 첫 삽을 뜬 베트남 공장이 2026년 완공되면 필리핀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관측이다.첫 해외 생산 기지인 베트남 공장은 연 최대 소주 500만 상자(360ml짜리 1억5,000만 병) 생산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생산한 소주를 필리핀 시장에 공급하면 제조원가·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베트남 공장은 생산 기지이자, 물류 기지"라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2024년 6월 베트남에서 '글로벌 2030 비전 선포식'을 열고 2030년까지 연 소주 해외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2월 5일 베트남 타이빈성에 있는 그린아이파크 산업단지에서 열린 하이트진로 베트남 공장 착공식에서 김인규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김 대표는 동남아 시장 공략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시장이 있는 회사는 적자가 나도 망하지 않지만 시장이 없는 회사는 망한다"며 "지속적 투자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 주류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공격적 투자로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어 "동남아가 굉장히 (공략하기) 어렵지만 이 시장을 계속 끌고 가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소주의 세계화와 진로의 대중화 과정에서 주요 경쟁사는 어디냐는 질문에 "OB맥주 롯데칠성음료 같은 주류 업체가 아니라 넷플릭스나 여행, 스포츠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의 콘텐츠가 실질적 경쟁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일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국내 야구장 맥주 문화 등을 거론하며 "단순히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주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우리의 과제"라며 "그래야 넷플릭스를 보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분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했다.

마닐라=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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