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단일화 가능성 0%”…그래도 하자는 국힘

대통령선거 때마다 막판 판세를 뒤흔든 변수는 단연 ‘후보 단일화’입니다. 대선을 ‘단일화의 역사’라고도 하죠. 1987년 민주화 이후 7차례 대선에서 단일화는 4차례 성사됐습니다. 4명의 단일 후보 중 당선인은 3명. 산술적으로 75% 확률입니다. ‘압도적 1위’ 후보가 아니라면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선도 이제 막바지. 여느 대선처럼 단일화가 변수로 남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항해 이른바 ‘반명 빅텐트’를 친다는 상대측 전략은 무색해졌죠. 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위협할 만한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카드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직선제 개헌 이래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단일화 사례로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DJ),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총재가 의기투합한 ‘DJP연합’이 꼽힙니다. 양측은 제15대 대선을 한 달 반가량 남겨둔 1997년 10월 26일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하죠. DJ가 대선에 나가서 당선되면, JP가 초대 총리를 맡는 구상입니다. 진보와 보수, 전라와 충청을 등에 업은 DJ(40.27%)는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38.74%) 후보를 1.53%포인트 차로 따돌립니다.

극적으로 단일화했다가, 더 극적으로 깨진 사례도 있습니다. 제16대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공식 후보 등록 하루 전날인 2002년 11월 25일 새벽 극심한 진통 끝에 여론조사로 단일화합니다. 하지만 투표를 하루 앞둔 같은 해 12월 18일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하죠. 그래도 노무현 후보는 48.91%를 득표해 46.58%를 얻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깁니다. 단일화 철회가 오히려 노무현 후보의 표를 결집하는 반사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왔죠.

가장 최근인 2022년 제20대 대선에선 사전투표 하루 전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합니다. ‘깜짝 단일화’에 성공한 윤석열 후보는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0.73%포인트 차 신승을 거두죠. 단일화는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을 대통령으로 가는 직행열차에 태웁니다.

물론 단일화가 100% 당선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2012년 제18대 대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뜨뜻미지근한 단일화’를 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라기보다는 ‘사퇴’하는 방식을 선택하죠. 장기간 이어진 단일화 협상은 서로에게 상처를 줬고,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문재인(48.025%)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51.55%) 후보에게 졌습니다.
단일화 실패는 선거 ‘필패’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에도 통일민주당 김영삼,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과는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의 당선. 야권 단일화 실패로 군사정권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합니다.
이번 대선에선 어떻게 될까요.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는 끝내 무산될까요. 아니면 지금껏 그랬듯 또 막판에 극적으로 성사될까요. ‘키’는 이준석 후보가 쥐었습니다.

26일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에 “단일화 전제 조건을 제시해 달라”며 거듭 러브 콜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100% 국민 개방형 여론조사가 가장 공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먼저 단일화 방식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여전히 완강합니다. 그는 이날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반드시 완주하고 승리로 응답할 것”이라며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국민의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상대방 의사는 무시하고 자신들의 망상을 펼치면서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말려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한다”며 “굴복하지 않으려 우리는 더욱 꼿꼿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도 단일화 가능성에 “0%로서, 김문수 후보가 사퇴하고 투표용지에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간소화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버텼습니다. 특히 “‘단일화하지 않으면 너희 때문에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 ‘정치권에서 매장시키겠다’ 등의 협박을 요즘 많이 듣는다”며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기도 했죠.
단일화는 ‘명분’입니다. ‘싸움에서 질 것 같으니, 너랑 나랑 힘을 합치자’는 식의 단일화는 반드시 역풍을 맞습니다. 양측이 그 명분을 찾을 수 있을지, 아직 지켜볼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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