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이전에 김문수··· 국회 난입의 ‘원조’

문상현 기자 2025. 5. 2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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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의 사람들이 돌연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는 경찰을 폭행하거나 정당 관계자 등을 향해 욕설을 하고 침을 뱉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당시 전 경기도지사를 지목했다. 바로 김문수 현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다.

국회 본관 현관 앞 계단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펼쳐졌다. 플래카드와 피켓이 그 뒤를 채웠다.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거나 준비된 구호를 외치던 수백명의 사람들은 돌연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가 진입을 저지하던 경찰을 폭행하거나 정당 관계자 등을 향해 욕설을 하고 침을 뱉으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6차례 해산명령을 하고, 국회 방호처도 3차례 퇴거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12월16일 불거진 사상 초유의 국회 불법 난입 사건이다.

2019년 12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본청 난입을 시도한 사람들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던 보수단체 회원 및 지지자들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 참가했던 이들은 법안 통과를 막겠다며 국회 본청 앞에 모였다가 난입을 시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당시 사상 초유의 국회 본관 앞 난입 시도와 집회 모두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당시 유튜버로 활동하던 한 전직 공무원을 지목했다. 바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지금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다.

〈시사IN〉이 5월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당시 서울남부지검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김 후보가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집회를 주최했다” “경찰서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 경비과장의 정당한 해산명령에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의 정당한 퇴거요청에 불응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문수 후보는 단순한 집회 주최자가 아니었다. 검찰은 김 후보에 대해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가 종료됐음에도 집회 사회를 진행”하고 “집회를 종료하지 아니한 채 참가자들을 상대로 자유 발언 및 구호제창 선동했다”고 적었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보수단체 집회,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법안 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을 독려했다”고도 밝혔다.

당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국회 본관 앞 불법 시위 현장에서는 국회의원 등을 향한 “빨갱이다, 개XX야” “이북으로 가라” “미친 놈” 등 욕설이 난무했다(2019년 12월16일 ‘오마이뉴스’ 기사). 김문수 후보도 “날치기 국회, 빨갱이 국회, 기생충 국회!” “여러분이 점령하시고 국회의 주인이 된 날이다, 빨갱이 기생충들을 쳐부수기 위해 오셨다”라고 발언했다(2019년 12월17일 ‘고발뉴스’ 기사).

김문수 후보가 국회 난입 시도 전날인 2019년 12월15일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청와대 앞 집회에 참석해 “국회를 포위하자”며 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19년 12월19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검찰은 2021년 9월13일 퇴거 불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4명을 약식기소했다. 김문수 후보를 비롯해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극우 유튜버 김상진씨 등이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범죄 가담 수준과 내용에 따라 벌금을 매겼는데 김문수 후보는 벌금 300만원으로, 함께 약식기소된 다른 피의자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벌이었다. 김 후보 외에 200만원 벌금이 한 명, 나머지 피고인들은 30만~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피의자를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서면 심리를 통해 벌금형에 처할 것을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법원의 심리를 통해 약식명령이 내려진다. 서울남부지법은 2021년 10월8일 검찰이 기소한 내용대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명령했다. 김 후보는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았다.

경찰에 “내가 국회의원 3번 했어” 다그친 김 후보

경기도지사 시절 119에 전화해 “나 김문순데”라며 관등성명을 요구한 이른바 ‘김문순대’ 사건과 유사한 일도 한차례 더 있었다. 김 후보는 2020년 8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에 이런 ‘코로나 핑계 독재’가 어디있나?”라는 글과 함께 영상을 올렸다.

김문수 후보가 2020년 8월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 캡처. 영상에서 김 후보는 코로나19 자가격리 협조를 요청한 경찰을 향해 “내가 국회의원 3번했어”라며 소리쳤다. ⓒ김문수 후보 페이스북 영상 캡처

영상을 보면, 당시 김문수 후보는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당시 유튜버로 활동하던 김 후보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 ‘김문수TV’ 녹화를 마치고 귀가하던 김 후보와 일행 A씨에게 경찰이 다가왔다.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일행 A씨가 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고 이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그의 주소지인 인천 영종도 보건소로 강제 연행 조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대해 김문수 후보가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언성이 높아졌다. 당시 공개된 영상의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문수 : 어디라고 와 가지고 말이야. 나보고 왜 가자고 해.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경찰 : 강제로 가자는 게 아니다. 해주시면 감사하다는 거다. 알겠다. 죄송하다. 저희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거부하면 어쩔 수 없다.

김문수 : 거부가 아니지. 나를 왜 가자고 하냐고. 이유가 뭐냐 이거야.

경찰 : 일행이니까. (A씨와) 같이 있었지 않습니까.

김문수 : 신분증 내봐요. (본인 신분증을 꺼내들며) 나는 김문수.

경찰 : 서울 영등포경찰서입니다.

김문수 : 영등포경찰서? 근데 왜 나를 가자고 하는지 이유를 대라고. 같이 있었으면 다 잡아가요? 혐의가 있든지 해야지,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냐고!

경찰 : 아니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 A씨는 확진자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자가격리를 위반하셔가지고 강제 (연행) 대상인데, 하필 할머니와 두 분이 같이 오시다 보니까. 기왕이면 두 분 건강을 위해 같이 가실 의향이 있으면…

김문수 : 언제부터 대한민국 경찰이 남의 건강까지 신경 썼나.

경찰 : 두 분 건강을 위해서 여쭤 본 거다. 오해하지 마시라.

김문수 : 오해가 아니고 이러면 안 된다고 당신들. 내가 국회의원 3번 했어!

김문수 후보는 영상을 올린 페이스북에 “제가 ‘왜 저를 같이 가자고 하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더니 그제서야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했다. 코로나 핑계로 이런 황당한 꼴을 당할 사람이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니 심란하다”고 썼다. 이후 코로나19 검사 거부 및 경찰을 향해 “국회의원 3번 했어!”라며 소리친 모습 등이 논란이 되자 영상을 삭제했다. 당시 배현진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지켜보며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문수 후보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늘던 2020년 3월 29일∼4월 19일 방역당국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사랑제일교회에 4차례 모여 대면 예배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1심에선 이들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으나 2024년 9월 항소심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올해 4월24일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2019년 12월16일 국회 본청 난입 시도가 무산되자 입구에서 집회를 열었다. 확성기를 통해 발언하고 있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옆(왼쪽)에 김문수 후보가 서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논란들은 지난해 8월 국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김문수 후보는 청문회에 참석해 과거 자신의 발언과 행적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에 대해 “과거와 현재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2024년 12월11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을 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자 과거 일찍이 국회 난입 시도를 한 적 있는 경험자 김문수 후보는 자리에 앉아 정면만 응시했다. 고개를 숙인 다른 국무위원들과 대비되는 모습으로 김 후보는 이후 ‘꼿꼿 문수’로 불리며 윤석열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후 그는 범보수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에 이름을 올리다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거쳐, 현재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으로서 유권자들 앞에 서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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