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우위형 사교육 경감 한계…20~60점 학생 지원을”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 인터뷰
“학습 부진 학생들, 기초학력 보장법 지원 못 받아”
“경쟁우위형 사교육 막기 어려워…취약계층 지원을”
“자사고·특목고 사회합의 거쳐 법률로 존폐 정해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학업성취도 20점~60점 미만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공교육 지원이 시급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새 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26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을 강조했다. 현재 ‘기초학력 미달’ 학생(교과 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기초학력보장법에 의해 학교에서 학습지원을 받고 있지만 차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매년 최고치를 경신 중인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선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돌봄·예체능·취미 등이 목적인 사교육은 공교육 내에서 지원하되 경쟁우위형 사교육비 경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그는 “대신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도 필요시 경쟁우위형 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바우처(이용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권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향후 교육은 인공지능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AI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전면 사용토록 했기 때문에 반대 여론이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대로 AIDT를 단순 학습자료로 전락시킬 때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AIDT를 사용하는 학교(학급)와 그렇지 않은 학교(학급) 간 학습격차가 커질 수 있어서다. 만약 AIDT를 학습자료화 할 경우에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학습자료화하더라도 이를 사용하는 학교의 AIDT 구독 비용은 교육청이 전액 지원해야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가 완화될 것이다.
-늘봄학교는 학교 현장에서 정착돼 가고 있지만 교원노조 등에선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많은데
△학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늘봄학교를 선호하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반면 교원단체는 돌봄 업무 과중에 따른 학생 교육 소홀 가능성, 교육 본질 훼손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한다. 차선책은 초등학교에 돌봄이 포함된 방과후학교(혹은 교내 돌봄센터)를 별도로 개설해 기존 교사들의 부담을 없애주거나 업무를 아예 분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내 돌봄센터 운영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생·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선택과목을 지금처럼 다양하게 확대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대학도 자유전공(무전공) 선발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데 고교생들에게 자기 전공을 미리 정하고 거기에 맞춰 선택과목을 많이 수강케 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택과목을 확대하되 어느 정도로 이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안착되려면 내신 상대평가를 절대평가제로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상위권 대학들은 우수 학생 선발을 위해 다른 전형 요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원래 취지와 달리 학생들은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 교사들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고교 교육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사들의 부담과 반발, 불필요한 사교육 유발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반고까지 고교학점제를 전면 확대한 정책은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향후 10년(2026~2035년)간 적용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교육발전계획 발표를 앞두고 2032학년도 대입·수능 개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현행 수능은 분석·비판·창의력 등 고급역량을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논·서술형 평가를 특정 과목부터 도입해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충분히 검토한 뒤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채점의 공정성·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논·서술형 수능과 심층면접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의 경우 철저한 대입 준비가 어렵기에 사회통합전형의 선발 비율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사교육비가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사교육비 문제는 이원화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돌봄·예체능·취미·특기 등이 목적인 사교육을 1유형으로, 경쟁우위가 목적인 사교육을 2유형을 구분하자는 뜻이다. 1유형 사교육은 공교육 내에서의 지원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늘봄학교를 통해서도 사교육 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추가로 지원할 부분은 학업성취도 20점~60점 미만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다. 현재 기초학력 미달 학생(교과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기초학력보장법에 의해 예산도 편성하고 학교에서 학습지원을 하고 있다. 반면 이들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이들의 기초학력 부진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AI 등을 활용해 공교육 안에서 학습을 지원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부모가 자녀의 경쟁우위를 위해 지출하는 사교육비(2유형)는 막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를 인정하고 대신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도 필요시 2유형 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 바우처(이용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바우처 제공이 어렵다면 공교육 영역에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교권 추락, 교권 침해 등의 원인으로 교대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데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학부모·학생들에게 철저히 안내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음껏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교사의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에 대해 학교나 교육청이 강력 대응하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여타 기업·기관에선 별도의 민원팀이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해주지만, 교육청은 그런 역할을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교사들이 교직을 천직(天職)이 아닌 천직(賤職)으로 느끼기 시작하면,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질 것이다.
-전교조 등에선 국립대 통합(서울대 10개 만들기 포함)으로 대학 서열을 해체하자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만일 국립대를 통합해 원하는 캠퍼스에서 공부하도록 한다면 서울대 캠퍼스는 이집트의 카이로대학처럼 한 강의실에 1000명이 들어차고, 캠퍼스 자체가 시장보다 북적이게 될 것이다. 반면 지방 캠퍼스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국립대가 통합된다고 하더라도 교수 교류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통합 의미는 퇴색된다. 만일 순환근무를 하게 한다면 서울대의 많은 교수는 사립대로 빠져나가고, 서울대의 국제 경쟁력은 저하될 수 있다.
국립대 통합론자(서울대 10개 만들기 주장 포함)들은 대학 서열을 해체하면 과도한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가정한다. 설령 지역 국립대의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높인다고 해도 서울대 선호 현상이 줄지 않을 것이며, 졸업생들의 실력도 서울대와 비슷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학생의 약 80%가 사립대에 재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를 통합하면 수도권 명문 사립대가 국립대보다 서열에서 앞서는 현상만 발생할 뿐 대학 서열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진보 정권이 출범한다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설립 취지대로만 운영된다면 수월성·다양성 교육을 실현할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경쟁우위형 사교육기관’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특목고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는 대학 전공이나 의대 지원 시 대학 차원에서 불이익을 주도록 한다면 특목고의 설립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특목고 존폐는 정권 차원이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행령이 아닌 입법을 통해 결정해야 정권이 바뀌어도 혼란이 덜할 것이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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