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전 세계 1등 기업이 감원을 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5. 5.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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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5월 26일 현재 3조 3460억 달러(약 4577조 원)로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라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또다시 대규모 감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1만 명을 내보낸 상태에서, 추가로 전체 인력의 3%에 해당하는 6500명 정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MS의 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매출은 13%, 순이익은 18%나 증가했으며, 이는 시장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실적이다. 그 결과 주가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라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MS에서 25년간 일한 남편이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결근 한번 없이 성실히 회사에 다녔으며, 근무 성과도 우수한데 단지 알고리즘이 정한 기준으로 해고를 하는 게 정당하냐는 내용이다. 이번 감원에는 고성과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었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40%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한 결정"이라며, 개인들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전 세계, 모든 부서, 직급에 걸쳐 진행될 것이며, 지난번에 단행한 성과 기반 감원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AI 및 클라우드 중심으로 비즈니스 재편을 가속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데이터센터와 AI 개발 투자는 계속해서 늘리지만 비핵심 부문에 대한 투자는 급격히 줄이는 분위기다. 오픈AI와의 파트너십 확대는 물론, AI 기능이 강화된 오피스 및 애저 서비스를 출시하며 AI 주도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플랫폼도 최근 전체 인력의 5%인 3600명을 해고했다. 거기에는 2021년에 회사 이름까지 메타로 바꿔가며 메타버스 사업에 사활을 걸면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로 자리 잡았던 '리얼리티 랩스'의 인력도 포함되었다.

구글은 전체 인력의 6%에 해당하는 1만 2000개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하고 비핵심 부서를 중심으로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부문 인력을 감축했으며, 플랫폼 및 디바이스 부문에서도 수백 명을 감원했다. 아마존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 400명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이들 빅테크기업들은 비록 실적은 양호하지만 대규모 감원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AI가 사람이 하던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록 지금은 회사 실적이 좋고 잘나가지만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도 AI 관련 인력들은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AI를 업무 전반에 도입하는 이른바 'AX(AI Transformation)'로 인해 저성과자와 불필요한 관리 인력을 줄이고, 인공지능 관련 R&D와 인프라에 비용을 집중하는 '효율화 전략'이다. MS, 메타, 구글, 아마존 등 4개의 빅테크가 올해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무려 3200억 달러에 달한다.

구조조정 추적 사이트인 레이오프스(Layoffs)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5월 26일까지 전 세계 135개 테크기업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은 6만 181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빅테크기업들은 15만 명 이상을 감원했다. 2023년에는 26만 명 이상 해고했다. AI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유연한 노동시장을 무기로 거침없는 혁신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조직 내 중간 관리자를 AI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AI를 통해 의사 결정이나 보고 체계 자동화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담당하는 중간 관리직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가트너는 "2026년까지 전체 기업 중 20%가 AI를 활용해 조직 구조를 수평화하고, 중간 관리직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 전망했다.

인텔은 올해 들어서만 전체 인원의 20%인 2만 2000명을 감원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중간 관리직이었다. 립부 탄 CEO는 "중간 관리자가 많으면 회사가 너무 느리고 복잡하게 움직인다"며 "민첩하고 효율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불필요한 계층을 과감히 줄이겠다."고 했다. 아마존도 비슷한 이유로 인력 재편에 나섰다. 앤디 재시 CEO는 "사람을 많이 뽑다 보면 중간 관리자가 많아지는데, 그들은 모든 일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며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회의가 많아지고, 의사 결정이 지연되며 책임 소재가 애매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진한 실적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들도 대대적인 감원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전기차 전환과 경쟁 격화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로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한 닛산자동차는 전체 직원의 15%인 2만 명을 내보내고, 전 세계 공장을 17개에서 10개로 줄이기로 했다. 아우디는 7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폭스바겐도 3만 5000명을 줄이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초토화되는 분위기다. 크라이슬러, 푸조, 피아트, 지프 등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는 캐나다와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부품 공장 직원들을 대규모로 일시에 해고했다. 볼보도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직원을 수백 명 줄였다. 그러나 오히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샤오미, BYD 등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들은 승승장구하며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자들을 밀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도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브라이언 니콜 CEO는 지원 부서 인력을 1100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적 부진으로 스타벅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났다. 또한 몇 년간 이어진 부진한 실적으로 최근 새롭게 나이키의 '구원 투수'로 투입된 엘리엇 힐 CEO는 전략, 인사, 마케팅 등 주요 부서 책임자를 모두 교체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나이키 시가총액은 금년에만 22% 넘게 떨어졌으며, 최근 3년간 67%나 하락했다.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공무원 사회에도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연방준비제도에 인원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후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하기로 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금년에만 6만 1296명의 공무원을 줄였다.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효율적으로 사업 재편을 한다며 대규모 해고를 감행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사례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다. 1등 기업이 기존의 성공 방식에 갇혀 몰락하는 현상을 '1등 기업의 역설' 또는 '이카루스 패러독스'라고 한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기업들은 이러한 패러독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요즘과 같이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는 어느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언제 블랙스완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젤과 사자가 공존하는 아프리카 대평원 세렝게티에서는 모두가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이 달린다. 가젤을 먹이로 삼고 있는 사자는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가젤은 사자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글로벌 빅테크는 오늘도 뛰고 있다. 과거 찬란했던 래거시 기업도 다시 뛰고 있다. 모두 생존을 위함이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우리 기업들도 다시 힘을 내서 뛰어야 한다. 열심히 뛰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는 아프리카 평원이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불변의 진리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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