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우나 고우나 이재명” “내란 당에 압승해야”…‘민주 텃밭’ 광주 민심은?
현장선 ‘이재명 지지’ 목소리 압도적…“尹, 경제 이 꼴로 만들고 영화 보러 다녀”
일각선 ‘김문수 추격’ 우려도…“겉으로 드러나는 여조 결과와 실제 민심 다를 것”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6·3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던 '호남' 민심에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호남 지지율이 6%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직후 발표 결과인 만큼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혹감과 함께 "방심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 속 광주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시사저널이 26일 광주의 핵심 번화가인 동구 금남로와 서구 양동시장, 그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광주송정역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오히려 '이재명 압승'을 외치며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양동시장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 정아무개씨는 '지금은 이재명'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어 보이며 "다시는 정권을 내란과 계엄 세력에게 넘겨줘선 안 된다. 하늘에 계신 열사들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시장 골목 상인들은 손님이 찾지 않아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사태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초래했다며 수위 높은 공격 발언도 했다. 농산물 점포에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70대)씨는 "TV에 윤석열만 나오면 밥맛이 뚝 떨어진다"며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어떻게 태평하게 영화나 보러 다닐 수 있나"라고 쏘아붙였다. 최근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공개 관람한 사실을 저격한 셈이다.
이번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불참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거센 비판도 나왔다. 광주송정역 인근에서 만난 5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김 후보는 이번에 5·18 당일 기념식은 물론 전야제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본인이 진정 민주화 열사였고 호남을 위한다면 반대가 두렵더라도 참고 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수막에 붙은 진정성도 가짜 같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도 마지못해 사과 쇼를 한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금남로 일대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은 대선 후보 모두에게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 '청년 정책'을 비롯한 공약 자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본인이 전남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23살 여성 전아무개씨는 "대선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이번에는 눈에 띄는 공약이 없다. 전부 똑같이 AI(인공지능) 이야기만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다"며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정책도 갈라치기 성격이 강해서 거부감이 든다"고 전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걱정 섞인 반응도 보였으나, 대선 후보를 바꿔야할 만큼의 주요 변수로 여기진 않는 분위기였다. 첨단 지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김아무개(58)씨는 "미우나 고우나 이재명"이라며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내란 정당에서 대통령이 또 나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진보 진영에서도 이 후보 외에는 당선권에 들 수 있는 대안이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보수 과표집 여론조사 결과" 분석 속 '자만' '조급' 경계도
일각에선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후보와 김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좁혀진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남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40대 사장 최아무개씨는 "제 주변 사람들은 전부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실제 여론조사 결과는 너무 좁혀졌더라"며 "이러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단일화하면 이재명 후보가 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23일 발표한 조사 결과(20~22일 유권자 1002명 대상 조사,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7.8%,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45%)와 김 후보(36%)의 여론조사 격차는 한 자릿수인 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특히 각 후보의 지지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각 진영의 지지층 결집과 이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는 김 후보가 직전 주 대비 12%p 상승하며 60% 지지율로 더욱 결집한 반면,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은 76%에서 70%로 떨어지며 오히려 지지층이 이완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놓고 김민석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차원에선 "최근 나오는 여론조사들에서 보수층이 과표집된 양상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광주 광산을 지역구인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이날 지역 유세 직후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여론조사와 실제 민심은 다를 것"이라며 "이미 이번 선거 구도는 정해져있다. 내란 세력에 대한 응징 의지가 실제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민 의원은 당이 선거 당일까지 해선 안 되는 것으로 '자만'과 '조급함'을 꼽았다. 그는 "내란 세력 응징에 대한 절실함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이미 구조적으로 틀이 짜져 있는 선거인만큼 그 틀에서 벗어나려는 쪽이 지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미 내란을 심판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조급함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 이후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우리가 확실하게, 제대로, 잘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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