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건설 대기업 책임 외면한 소송전…시민 안전은 어디에

최영지 2025. 5.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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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화정동·학동 사고 '영업정지'에 소송 대응
가처분 인용시 영업정지 효력 무력화
소송, 기업 활동 위해 필요하나 처벌유예 수단으로 전락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2021년과 2022년 광주에서 벌어진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로 콘크리트 더미뿐 아니라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과 시민들의 신뢰도 무너졌다.

정부는 이같은 중대재해에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해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뒀으나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제기로 처벌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영업정지 효력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주요 건설사고 사례를 보면 국토교통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은 곧바로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와 관련해 1년 영업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영업정지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고 이전에 발생한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에 대한 대처와 다르지 않다.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공사 중 건물이 붕괴해 시민 9명이 사망했을 당시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대응해 실제로 영업활동을 중단하지 않은 바 있다. 이후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하며 소송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고에 대한 자성이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 측은 화정동·학동 사고 당시 수주한 재건축·재개발사업 조합에 “영업정지나 등록말소가 이미 수주한 사업에는 영향이 없고 행정처분이 내려져도 가처분 신청을 통해 실제 처분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앞으로도 직원과 협력사, 고객, 투자자를 위해 노력하고 안전을 위해서도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힌 것만 보더라도 사고 및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빠져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소송 제기가 사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건설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 속 건설사들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이같은 회사의 소송전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소송 전술이 기업의 반성과 개선을 유도하기보다 처벌을 유예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는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다. 기업이 반복적으로 안전을 소홀히 하고 사회적 위험을 초래했을 때 경고를 넘어선 제재 수단이다. 기업이 이에 법적 소송으로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대응하는 데 주력한다면 법과 제도는 더이상 안전사회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지 못한다.

2022년 1월 26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광주 센티니얼 아이파크로 재시공된 현장 모습. (사진=HDC현산)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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