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삼탕 균형발전 공약… 실질적 효과 이끌 '이행계획'이 빠졌다 [H공약체크]

정민승 2025. 5. 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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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지역 소멸 대응 공약 공통적
과거 정부 정책 등 기시감 공약도 상당수
"새 공약 생산 힘들다면 실행 의지 보여야"
주요 대선후보 균형발전 공약 비교. 그래픽=강준구 기자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균형발전은 어김없이 주요 대선 후보 공약집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후순위로 밀려 이전만큼 주목은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 소멸 등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이면에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극 체제'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지역 관련 공약 대부분이 과거부터 되풀이된 정책이라 참신성도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탕 삼탕 포장 바꾼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남양주시 평내호평역 광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 10대 공약집에 따르면 세 후보 모두 균형발전과 지역 소멸 대응을 위한 공약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그중에는 기시감이 물씬 풍기는 공약들도 상당수다.

셋 중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과거와 가장 많이 겹친다. "세종 행정수도와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3특(강원·전북·제주)' 추진으로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여섯 번째로 내걸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전국에 5개의 작은 서울(5소경)을 둬 전국 통치, 균형발전을 꾀했던 역사적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필요성과 효용성을 인정하는 균형발전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이전 정부의 지방시대위원회를 국가자치분권회의로 개편하는 등 공약 실행력 강화 전략도 밝혔다. 여기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지역 거점국립대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육성 추진 계획도 얹었다.

'세종 행정수도 완성 추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 '행정체계 개편 추진' 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부분의 이행 전략을 아울렀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어 실행 의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행 기간은 '취임 즉시'나 '2년 내 전면 시행'이라고 확정적으로 명시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취임 후 준비해 단계적 추진'으로 밝혀 적극성도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이전 정부들의 균형발전 공약이 이행 안 됐으니, 그 실현을 위해 '재탕 삼탕'의 공약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의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정부 정책 물려받은 김문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6일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갤러리 광장에서 선거유세 도중 "나는 방탄조끼를 안 입었다"며 겉옷을 열어젖히고 있다. 정다빈 기자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을 네 번째 공약으로 내건 김 후보는 '전국급행철도망구축' '30분 출퇴근 혁명 및 정주환경 대혁신' '미래첨단산업기반 마련을 위한 메가프리존 도입' 등을 실행 수단으로 제시했다. 메가프리존은 전 정부 지방시대위원회의 4대 특구(기회발전·교육발전·도심융합·문화) 등 균형발전 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4개로 나눠진 특구를 하나로 엮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거운동 초기에 비상계엄, 내란 이미지의 윤석열 정부 정책과 거리를 두는 듯하던 김 후보의 공약은 그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선거운동이 후반부에 이르자 전 정부의 정책에 동조화하는 기류다. 김 후보 직속 지방살리기특별위원회는 이날 '지방이 주도하는 잘 사는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20개 공약’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지방시대'를 천명하고 출범한 전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대부분이 담겼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더 이상의 새로운 정책과 공약을 내놓기 힘들다는 사실의 방증인 만큼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자율성에 방점 찍은 이준석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6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중 2개를 균형발전에 할애했고, 지방재정 관련 제도 개편을 약속했다. 지방정부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것들이지만 대선 공약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어 참신성 면에서 차별화를 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지역 간 생활비와 인건비 격차를 고려한 최저임금제도 개편'도 이전에는 누구도 균형발전 공약으로 끌어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법인세의 국세분 중 30%를 감면하고, 감면된 금액을 전액 지방세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지역의 유권자들은 환영할 만하다. 올해 3월 기준 21조 원 규모인 법인세를 감안하면 약 6조3,000억 원을 지자체에 나눠주는 효과가 있다. 국가 재정의 지역 이관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또 이 후보는 이미 지방세로 전환된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해 최대 50%까지 탄력세율 적용을 약속했는데, 지자체가 이를 기업 유치 전략 카드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른 후보들과 달리 공약 이행 기간도 취임 6개월 내 법령 개정안 마련, 2년 내 본격 시행으로 구체화했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준석 후보 균형발전 공약은 정치적 분권보다는 재정의 자율성 확대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세종=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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