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27. 깔딱고개

산에서 고개는 변곡점입니다. 고갯마루에 다다르면 그간의 고행을 위로하듯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립니다. 고개는 또 한편으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고빗길입니다. 올라서면 발 아래 풍광을 굽어보며 성취감에 젖게 되지만, 중간에 포기하면 기회는 사라집니다. 따라서 고갯길은 필연적으로 힘겨움을 동반합니다. 기회와 성취는 결코 편하고 수월하게 주어지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와도 무척이나 닮았습니다.
우리 땅, 우리 산에는 고개가 참으로 많습니다. 눈 돌리면 산을 쳐다보는 나라이다 보니, 산을 넘어가야 다른 고장,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그 산을 넘는 길은 대개 고개로 통했습니다. 그래서 령(嶺), 재, 현(峴), 치(峙) 등 고개를 뜻하는 이름이 전국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그런데 등산하다 보면 ‘깔딱고개’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을 유난히 많이 만나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숨이 턱밑에 차오르고, 발목에는 쇠뭉치를 매단 듯 발걸음이 천근만근인 급경사 가풀막의 다른 이름으로 통하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할딱고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깔딱고개를 넘어 고지 능선에 다다르면, 산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깁니다. 일망무제, 산그리메가 파도치듯 용틀임하는가 하면, 동해안 대간 능선에서는 바다와 산을 동시에 굽어보는 유토피아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산행 중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1㎞이상씩 이어지는 기나긴 깔딱고개를 맞닥뜨리게 되면, “아∼저곳을 어떻게 오르나”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하기에 고갯길을 오를 때는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듯 느긋한 마음으로 비탈을 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급하게 오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거북이걸음으로 뚜벅뚜벅, 쉬엄쉬엄 올라도 종국에는 고갯마루에 올라서는 시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니 가끔은 숲속의 큰 나뭇등걸도 안아보고, 새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고, 스쳐 가는 바람에 뺨을 들이밀면서 유유자적 오르는 것이 가장 수월하게 고갯길을 오르는 방법이 됩니다.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사람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세상사뿐 아니라 등산에서도 정석입니다. 어차피 산에서 고갯길은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가장 편한 길이기 때문에 깔딱고개 또한 그곳을 벗어나서 산을 오르거나 넘어가는 더 쉬운 길은 없습니다. 그런 깔딱고개 한두 개 오르지 않는다면 어찌 등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살이 또한 그런 고갯길 한두 개, 고비 몇 군데 맞닥뜨리지 않는다면 그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습니까.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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