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 / 김상규​

최미화 기자 2025. 5.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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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이라는 제목이 특이하다.

김상규의 언어는 마치 촉이 여러 개 달린 화살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계의 아픔을 건드린다.

이처럼 심도 있는 해석과 평가로 김상규 시인의 시조 세계를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을 향해 뜨겁게 치닫고 있는 혼란의 시대인 2025년의 봄이 다 가고 있는 무렵에 김상규 시인이 별나면서도 도저한 깊이의 시조집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을 들고 시조시단의 전면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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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 / 김상규​

대장은 입을 열었다, 잘린 검질 들고/ '세상의 흠집 속에 집어넣은 흔적이야,/ 헛간 밖 악취미들은 이제 그만 넣어둬.'// 어린 낙오자만큼 멋진 것은 없었기에/ 모두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를 훔치다 들킨 나도 역시 마찬가지// 찻잔 속 도마뱀이 원장을 놀래줬을 때/ 선함보다 추악함에 마음이 끌렸을 때/ 불순한 공범이 되는 건 경이로운 일이었다// 영원히 자라지 않을 손가락을 곁에 두고/ 대장은 또 누구를 황홀하게 홀릴까/ 고아는 참으로 견고한 담장 아래 흑마술// 오래전 이곳을 떠난 곱사등이 패장은/ 독약을 손에 쥐고 우물에 빠졌다 했다/ '조심해, 소문이야말로 낙인보다 깊으니.'// 대장들의 마지막은 언제나 불행했지만/ 우리는 겁 없이 불량함을 뽐냈다/ 조금씩 거뭇해지는 수염을 만지면서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2025, 시인동네)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이라는 제목이 특이하다. 여러 줄거리가 들어 있는 시편이다. 기실 별다른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아래는 오민석 문학평론가가 쓴 작품 해설 「구멍 난 세계를 위한 레퀴엠」의 일부분이다.

김상규 시인이 전하는 고통과 상처는 엄살도 과장도 아니다. 그것은 제주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이자 현실이되 반복되는 현실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현실이어서 더 위험하고 아프다. 고통에 대한 인지가 다른 모든 것들에 앞서며, 고통을 고통 그 자체로 냉정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그의 시들은 고통의 현상학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고통은 두터운 은유와 상징으로 무장한 채 개인과 세계, 소서사와 거대서사를 동시에 관통한다. 그의 언어가 그렇게 세계를 뚫고 지나갈 때 슬픔과 고통의 다양한 현들이 깊이 떨린다. 김상규의 언어는 마치 촉이 여러 개 달린 화살처럼 다양한 각도로 세계의 아픔을 건드린다.

이처럼 심도 있는 해석과 평가로 김상규 시인의 시조 세계를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을 향해 뜨겁게 치닫고 있는 혼란의 시대인 2025년의 봄이 다 가고 있는 무렵에 김상규 시인이 별나면서도 도저한 깊이의 시조집 『존 그리어 보육원의 불량소년들』을 들고 시조시단의 전면에 등장했다. 마음 깊이 환영한다. 그의 첫 책을 살피면서 시조의 앞날이 훨씬 밝아진 느낌이다.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그에게 조금 무거운 짐을 안겨주어도 좋을 듯하다. 그가 그동안 말 못 할 고통을 잘 이겨내 왔으므로, 시조로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고 굳세게 무장하였으므로.

그는 시인의 말에서 뼈저리게 적고 있다. 주디와 키다리 아저씨는 보육원을 떠났지만 우린 아직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세상을 향해 내밀하게 포효하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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