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83]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기적

올해는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설립 30주년이다. 1895년 창설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계 행사로, 자르디니 공원에서 국가관별로 독립된 전시를 개최하는 구조다. 1995년 자르디니 내 26번째이자 작년까지 30년 동안 ‘마지막 국가관’이었던 한국관은 ‘하면 된다’ 정신이 이루어낸 혁신의 산물이다.
당시 한국은 이탈리아관 일부를 빌려 쓰는 형편이었다. 베네치아시(市)는 1988년 호주관을 끝으로 새로운 국가관 설립을 금지했고, 설령 허가를 한다고 해도 중국을 비롯한 20국이 줄을 서 있었으니, 한국관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전환점은 1993년. 통일 독일의 첫 국가관 대표 작가로서 백남준이 한스 하케와 함께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였다. 그는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 남북한이 하나의 공간에서 예술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며 문화계 인사들을 설득했고, 마침내 베네치아로부터 기적 같은 ‘한국관’ 허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조건은 혹독했다. 지면을 파거나 깎을 수 없고, 나무는 뿌리까지 보존해야 하며, 주변 경관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요청 시 곧바로 철거 가능한 임시 건물이어야 했다.
건축가 김석철(1943~2016)과 프랑코 만쿠조(Franco Mancuso·1937~)는 땅을 파는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띄우고, 굴곡진 벽면으로 수목을 피했으며, 전면은 유리로 마감해 개방성을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관은 비좁은 평면에 유리벽 때문에 일반적인 전시를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하지만 매회 기획자와 작가들은 공간의 한계를 넘는 대안을 마련해 왔다. 30년 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한국관은 주어진 현실을 상상력으로 돌파하는 예술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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