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춘렬 칼럼] 나랏빚 공포에도 퍼주기라니
정치권 헤픈 씀씀이 재정악화 우려
韓도 곳간 허무는 선심 공약 쏟아져
경제 망치는 포퓰리즘 유혹 떨쳐야
2023년 3월 국제금융가에 은행 부도 공포가 유행병처럼 번졌다. 미국 16위권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167년 전통의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도 문을 닫았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가 도화선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긴축 조치로 미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바람에 은행들의 손실이 급격히 불어났다. 막대한 국채를 떠안은 은행들이 급기야 예금 인출에 시달렸고 그 불길은 유럽 쪽으로 옮겨갔다.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미 국채 신뢰에 흠집이 났다.

우리도 위태롭다. 6·3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얼마 전 기본사회공약을 꺼내며 소득·의료·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국민에게 공짜 돈 주면 왜 안 되냐”고 했다. 세기의 포퓰리스트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를 연상케 하는 발상이다. 차베스는 집권 14년 만에 석유 수익을 공짜 교육·의료 등에 퍼부어 나라를 파탄 냈다.
이 후보의 호텔 경제론도 위험한 경제인식이 드러난다. 여행객이 호텔 예약금 10만원을 내면 이 돈이 정육점, 미용실, 식당을 돌고 난 뒤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해도 상권에 활력이 생긴다는 게 요지다. 그는 “마을에 들어온 돈은 없지만, 거래가 발생했다. 이게 경제”라고 했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성장의 핵심인 생산과 투자가 빠져 논리적 흠결도 많다. 이 후보는 재정의 승수효과를 설명하는 극단적 예시라며 “이해 못하면 바보고 곡해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몰아세운다. 대표공약 지역 화폐를 봐도 이런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 현재 한국의 재정지출 승수는 0.6∼0.7 정도로 추정된다. 100원 지출 때 국내총생산(GDP)을 60∼70원 늘리는 효과가 난다는 뜻이다. 지역 화폐의 경우 반 토막인 0.26∼0.36(2020년 한국개발연구원 분석)에 그친다. 소비 진작 효과가 미미하고 지자체·지역상권별 양극화만 양산한다(2020년 조세재정연구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이 다르다. 이 후보는 “우리 국가부채는 (GDP 대비)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들은 110%가 넘는다”고 했다. 빚이 경제규모를 웃도는 나라는 대부분 기축통화국인데 급하면 돈을 찍어 빚을 갚을 수 있다. 남미 국가들은 90% 수준에 부도가 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올해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치(54.3%)를 처음 넘어선다.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지만, 기축통화국마저 쩔쩔매는 재정난을 걱정하는 이는 없다. 나라 곳간이 바닥나면 국가신인도가 추락하고 자본 유출과 금융·외환위기, 실물경제 붕괴로 이어졌던 게 과거의 경험이다. 포퓰리즘을 감별하는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주춘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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