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옥시 박동석 대표 딸, 자문사 김앤장 ‘인턴’…이해충돌 소지

김앤장에 수억 자문료…공고도 없는 학부생 인턴 자리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박동석 대표의 딸이 비전공 학부생 신분으로 옥시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 대표 딸은 옥시의 홍보 대행을 맡은 회사에서도 인턴으로 활동했다. 박 대표가 딸의 인턴 채용에 앞서 두 회사에 직접 문의한 것으로 파악돼 이해상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 대표 딸은 2020년 초 김앤장에서 학부생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 대표는 딸의 채용 전 학부생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는지 문의한 다음 딸이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앤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옥시의 법률자문에 응하고 있다. 김앤장은 국내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인턴 제도를 운영하지만 학부생 인턴을 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 딸을 뽑을 때 관련 공고도 내지 않아 소위 ‘아빠찬스’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김앤장은 2023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해에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의 딸이 학부생 신분으로 인턴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보사 플레시먼힐러드에도
직접 문의 후 학생 인턴 합격
박 대표(사진) 딸은 2019년 상반기 옥시 한국법인의 홍보를 맡은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에서도 학생 인턴십에 참여했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는 거대 글로벌 홍보사의 한국지사다. 채용 연계형 인턴십 외에 단기 학생 인턴십은 내부 추천 등을 받아 수시로 채용한다. 박 대표는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측에도 직접 문의했다고 한다. 당시 박 대표 딸은 서울 소재 사립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옥시는 김앤장에 매년 수억원대의 자문료를, 플레시먼힐러드에는 연간 수천만원에서 경우에 따라 억대 비용을 지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로부터 돈을 받고 조언 또는 대행을 하는 로펌과 홍보회사에 옥시 대표가 자녀 인턴 채용을 문의하고 실제 채용된 것은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옥시레킷벤키저 코리아 관계자는 “사안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했고 각 회사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인턴십이 진행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김앤장은 통화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는 일반적인 절차를 거쳤다며 “해당 인턴 채용은 당사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단기 인턴십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옥시 한국법인 대표직을 9년째 맡고 있다. 박 대표는 2019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부 기관에서 보다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관리감독을 했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다”거나 “SK케미칼 등이 진정성 있게 공동배상을 위해 노력했다면 피해자가 겪는 아픔과 고통은 현저히 줄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임을 정부나 다른 기업에 돌리는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옥시와 애경은 2022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마련한 최종 조정안도 거부했다.
오경민·김원진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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